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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미소금융, 시작부터 쓴웃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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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미소금융, 시작부터 쓴웃음만

입력
2009.10.14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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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추진중인 '미소금융사업'(서민소액신용대출=마이크로크레딧) 참여방식을 놓고 줄다리기를 벌이던 대기업들이 13일 진통 끝에 기금출연 협약식을 가졌다. 삼성, 현대기아차, LG, SK 등 6대 그룹이 내기로 한 돈은 각 500억~3,000억원씩 10년간 1조원 규모다.

그런데 방식이 우습다. 정부가 운영하는 재단(미소금융중앙재단)에 일단 돈은 내지만, 사업은 냈던 돈을 돌려받아 그룹들이 각자 벌이게 된다. 돈을 내고, 다시 돌려받고, 참으로 희한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은행권은 더 어색하다. 각 은행들은 중앙재단에 기부금(3,000억원)을 내는 것과는 별도로, 자체 미소재단을 속속 만들고 있다. 중앙재단 따로 자체 재단 따로, 결국 이중으로 마이크로 크레딧 사업을 하게 되는 셈이다.

왜 이런 촌극이 벌어진 걸까. 따지고 들어가면 '관치'문제가 나온다. 어느 날 갑자기 정부는 '마이크로크레딧'의 깃발을 들었고, 기업과 금융권의 기금출연을 독려했다. 대기업과 은행들로선 내키지 않아도 따를 수 밖에. 당연히 관치 논란이 제기됐고, 12일 국정감사에선 여야가 한 목소리로 "5공 시절을 연상시킨다"고 질타했다. 돈을 중앙재단에 출연했다가 다시 배분하고(대기업), 중앙재단과는 별도의 자체 재단을 설립(은행)하는 코미디 같은 광경 역시 관치 논란을 어떻게든 피해보려는 과정에서 연출된 성격이 짙다.

애초 정부가 깃발을 든 게 문제였다. 좋은 취지라도, 정부가 앞장설 일과 그래선 안될 일은 따로 있다. 정부는 "강요는 없었다. (기업과 은행들이) 돈을 내겠다는 데는 처음부터 이의가 없었다"고 항변하지만, 민간 쪽에선 여전히 '준조세'란 식의 반응이다.

이런 식으로 시작된 사업이 오래갈 수 있을까. 현 정부 이후에도 지속될 수 있을까. 이 부담으로 인해 행여 기업과 은행들의 다른 사회공헌활동이 위축되는 것은 아닐까.

아무리 좋은 일도 떠밀면 흥이 나지 않는 법. '정부만 미소 짓는 미소금융'이란 우스개가 딱 어울릴 판이다.

김용식 경제부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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