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생들의 학력 효과를 학교 효과로 설명해선 안된다.", "진정한 학교 효과는 입학생 성적 출발점이 같은 학교 간 비교로 이뤄져야 한다.", "이명박 정부의 사교육경감대책은 결정적 타격을 입게 됐다."...
교육시민운동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 세상'이 13일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에게 4쪽짜리공개편지를 보냈다. '조 의원에게 드리는 공개편지'가 제목이다. 편지는 그가 최근 공개한 '200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고교별 성적'이 심각한 논리적 모순을 안고 있다는 일종의 '반박 서한'이다.
이 단체는 조 의원이 자체 분석을 통해 내놓은 수능 성적 자료의 허점을 조목조목 꼬집었다. 우선 수능 상위권 학교에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와 자립형사립고가 자리한 것은 조 의원 주장 처럼 '학교 효과'때문이 아니라 '입학생들의 학력 효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중학교때부터 전국 상위권에 든 우수한 학생들이 입학한 학교의 수능 성적이 좋은 것은 당연하다는 지적이다.
편지는 "이런 입학생 학력 효과를 고교 학교 교육 결과로 뒤바꾸면서 이 결과를 토대로 '학교 간 학력 격차의 심각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했다. 학교 간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효과를 정확히 보려면 우수 학생 여부 등 입학생들의 출발 상태를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윤지희 사교육걱정없는 세상 공동대표는 "학력 격차 실상을 면밀하게 파악하려면 특정 고교 학생들의 출발 지점을 확인한 뒤 3년 후 어떤 성적 변화를 나타냈는지, 그리고 학교가 이를 위해 투입한 교육적 자산과의 상관관계를 비교해 정밀하게 평가해야 옳다"고 말했다.
편지는 또 정부나 국회의원이 학력격차 문제 해결에 관심을 갖고 있다면 정확한 표본설계를 바탕으로 사교육 변인, 학교 및 가정배경 변인 등을 결합시켜 학생들의 성적 상승 및 하락 부분들을 집중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번 처럼 조 의원이 단순하게 학교별 수능 성적 결과만 제시하는 것은 고교등급제 합리화 및 입학사정관제 왜곡 등 부작용만 유발할 뿐이라는 진단이다.
사교육걱정없는 세상은 이번 학교별 수능성적 공개가 이명박 정부의 사교육경감정책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학교 간 서열이 매겨지면 해당 학교에 진학하기 위한 고교 입시경쟁이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화되고, 이렇게 되면 정부의 사교육 잡기는 불가능해진다는 논리다.
김진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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