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박물관 100주년 기념특별전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국내 최고의 유물들을 뽑아 전시함으로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 가운데 관람객들에게 가장 큰 관심의 대상이 된 유물이 경주천마총(天馬?)에서 출토된 천마도장니(天馬圖障泥)로 지난 일요일 2주간의 전시를 마치고 바로 유물 보존실로 들어갔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발굴 된 이래 36년 동안 지난 1974년 6일간, 98년 10일간 그리고 이번 전시로 일반에게 3번째 공개되면서 특별히 적외선 촬영사진도 함께 전시되었다.
그런데 이 적외선 사진을 본 일부 전문가들이 지금까지 몰랐던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다고 흥분 했다. 즉 천마의 그림이 아닌 기린의 그림일 가능성이 더 많다며, 심지어 무덤의 이름을 천마총에서 기린총(麒麟塚)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 유물은 73년 8월23일 경주의 신라무덤에서 1500여년 간의 깊은 잠에서 깨어났다. 발견 당시 '말다래'에 채색된 흰말 그림이 마치 무덤에서 후다닥 튀어 나오는 것으로 착각될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조사원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이구동성으로 이 그림이 하늘로 솟아오르는 천마라고 보았고 느꼈다. 이 무덤에서 광복 후 최초로 신라금관도 발굴되었지만 금관보다 이 그림에 무게를 실어 천마총으로 했다. 신라회화사(繪畵史)를 가늠할 수 있는 이 천마의 그림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었다.
발견 당시 공기와 햇볕에 두면 채색도 변하고 따라서 섬유질은 하얗게 재로 변하기 때문에 응급 처치가 필요했고 바로 공기차단 후 국립박물관 보존실로 옮겼다. 그러나 오늘날에도 완벽한 보존처리가 어려워 냉암소에 보관해 오고 있다가 이번 특별전에 2주간 동안 전시하게 된 것이다.
돌이켜 보면 이 말다래는 발굴된 후 몇 차례의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보관을 잘못해 그림이 없어졌다는 루머가 돌아 국회의원들이 박물관을 실사하기도 했고, 경주 김씨 종친에서는 이름을 바꿔 달라는 청원까지 했다.
비록 이름은 잃었지만 경주 김씨 어느 임금의 무덤이 분명한데 왜 말 무덤 이라고 하느냐는 이유였다. 결국 발굴조사 후 학술적으로 무덤의 이름을 부여하는데 관여한 당대의 내 노라 하는 석학들이 국회에 나가 증언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천마냐 기린이냐 논란과 관련해 적외선 사진을 똑똑히 보면 뿔과 말갈기 그리고 꼬리의 표현이 동일함을 알 수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하늘을 나는 표현으로 갈기와 꼬리는 수긍되지만, 하늘을 난다고 뿔이 갈기가 날리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결국 웅비하는 표현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신라건국자인 박혁거세가 라정(蘿井)이라는 우물 옆에서 흰말이 보호하고 있던 알에서 탄생되었다는 설화는 말이 신라건국과 관련을 맺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말이냐 기린이냐 문제는 보는 사람의 느낌에 따라 달리 보이기 때문에 확정 하기는 어려워 수수께끼로 두어도 될 것이다.
경기문화재연구원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