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가 귀족 문화의 번성지였고 오사카가 상인들의 도시였다면 가나자와는 무사들의 도시라고 했다. 가나자와 사람들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가나자와 역에서 한 10분쯤 걸어들어가자 히가시차야 거리가 펼쳐졌다. 2001년 일본의 중요 전통건물 보존지구로 선정된 유서 깊은 곳이다. 큰 돌들이 깔린 골목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대로의 소음이 와짝 줄어들었다.
골목 양쪽에 격자문이 달린 목조 가옥들이 나란히 늘어서 있다. 촘촘히 박힌 문살 너머로 작은 정원이 얼핏설핏 들여다보일 뿐 집의 구조는커녕 살림살이조차 좀처럼 엿볼 수 없다. 수종을 짐작할 수 없는 목재들은 오랜 세월 동안 사람들의 손때가 묻은 것처럼 거무스름하게 변색되었다. 이곳이 이렇게 긴 시간 온전히 보존될 수 있었던 것은 가나자와만이 전쟁의 포화에서 살짝 비켜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곳은 외국인뿐 아니라 일본인들도 즐겨찾는 관광지 중 하나였다. 뒷목덜미에 분을 바른 게이꼬가 총총 어딘가로 사라졌다. 돌바닥에 나막신이 부딪히는 소리만 길게 이어졌다. 시간을 짐작할 수 없는 곳, 문득 우리의 종로 익선동 골목이 떠올랐다.
얼키설키 뒤얽힌 골목길을 걸어들어가다보면 어느 부분 특히 비좁아졌다. 양팔을 뻗으면 마주한 두 집의 담벼락에 양손이 가닿았다. 그곳의 개발 소식이 떠올라서일까, 오래오래 히가시차야 거리에 서 있었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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