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2월 당시 12살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저 세상으로 떠나 보낸 A(19)양은 그 해 9월 어머니의 남동생인 임모(42)씨의 집에 들어갔다. A양의 아버지가 일정한 직장이 없어 그녀와 오빠(22) 둘 모두를 키워내기가 힘들다는 사실을 안 외삼촌 임씨가 "죽은 누나를 대신해 조카를 키우겠다"고 자처한 것이다. 6년간의 비극은 이렇게 시작됐다.
평소 어린 조카에게 비정상적으로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던 임씨는 A양이 들어온 지 1년 뒤부터 본격적으로 마수를 뻗치기 시작했다. 2003년 8월 임씨는 강원도 속초의 자기 아파트 안방에서 자고 있던 A양(당시 13세)을 보고 방문을 걸어 잠근 뒤 성폭행을 시도했다. 그러나 방문이 잠긴 것을 수상하게 여긴 임씨의 아내 이모(39)씨가 베란다 창문을 통해 안방으로 들어와 발각되는 바람에 미수에 그쳤다.
불행히도 일은 이후 훨씬 더 복잡해졌다. 성폭행 미수가 있던 날로부터 약 일주일이 흐른 뒤 외삼촌 임씨는 다시 성폭행을 시도했다. 이번엔 외숙모 이씨까지 나섰다. A양이 울면서 저항하자 외숙모는 "삼촌과 성관계를 갖는 건 일종의 프로젝트"라며 "이런 프로젝트를 해야 집에 일이 잘 풀리고 불화가 안 생긴다"고 거들었다.
이날 이후 외삼촌의 성폭행ㆍ추행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이어졌다. 평소 집에서 폭군처럼 행동하던 임씨는 A양이 말을 듣지 않으면 욕설을 퍼붓고 때릴 것처럼 위협해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는 방식으로 6년간이나 콘도와 집, 자동차 안, 주차장 등에서 A양을 욕보였다.
심지어 A양이 15살이던 2005년 8월에는 임씨가 친구 전모씨를 집으로 불러들여 아내와 함께 집단 성행위까지 벌였다. 당시 임씨는 A양에게 몸을 제대로 못 가눌 정도로 많은 양의 술을 마시게 한 뒤 성폭행했다.
임씨는 신고를 막기 위해 어린 조카를 모질게 협박했다. 그는 A양에게 "이런 일이 밝혀지면 너와 나 모두 죄인이기 때문에 같이 처벌받고 가족들에게 상처와 배신감을 안겨준다"고 수시로 말했다.
이 같은 사연을 하소연할 데가 없어 괴로워하던 A양의 인생은 점점 망가져갔다. 6년간 A양은 10대의 어린 나이에 두 차례나 임신중절수술을 받아야 했다. 자살시도도 여러 번 했다. 결국 올해 5월 이 같은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오빠가 임씨를 찾아와 따져 물었으나 임씨는 사과는커녕 주먹질로 답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11부(부장 이상철)는 성폭력범죄처벌법(친족관계에 의한 강간 등)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임씨에게 징역 13년을 선고했다고 13일 밝혔다. 재판부는 임씨의 아내 이씨에게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사회봉사 200시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임씨가) 반성하기는커녕 성관계가 합의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씨에 대해서는 "남편의 행동을 제지하지 않고 범행에 적극 가담하는 반인륜적 행위를 저질러 비난 받아 마땅하나 어머니가 암으로 투병 중이고, '사촌동생을 돌봐야 한다'고 피해자가 고소를 취하해 준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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