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비교문화연구소와 대만 중화음식문화기금회가 주최하는 국제학술대회 '세계화 시대의 중국 및 동아시아 음식문화'가 12일 서울대에서 개막했다. 음식을 먹는 일상적 행위에 담긴 사회문화적 의미를 짚어보는 자리로, 미시적ㆍ개인적 차원의 음식 소비와 세계화라는 거대 흐름 사이의 관계를 규명하는 데 초점을 맞춰 기획됐다. 대회는 마이클 허츠펠드 하버드대 교수, 옌 윤시앙 UCLA 교수, 아사쿠라 토시오 일본 국립민족학박물관 교수 등 국내외 학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14일까지 계속된다.
기조연설을 한 김광억 서울대 인류학과 교수는 동아시아의 주식인 쌀이 갖는 상징성과 위상을 지역적 맥락과 전지구적 맥락으로 나눠 분석했다. 그는 쌀이 주식이 아니라 다른 요리의 재료, 또는 화장품 등 가공제품의 원료로 활발히 쓰이고 있는 현상을 문화적 관점에서 조명했다.
김 교수는 "쌀을 이렇게 이용하는 흐름은 과학과 문명의 이름으로 음식의 존재를 인간으로부터 격리시켰던 '근대'에 대한 반문화적 반응"이라며 "사람들은 음식을 선택하는 행위를 통해 그들의 문화적 상상력을 표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화 시대에 신토불이나 웰빙의 맥락으로 음식 소비 문화가 변모하는 것을 "탈근대의 생활 방식으로서 지역적 미학과 과학을 즐기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아사쿠라 토시오 교수는 13일 발표에서 불고기(야키니쿠)의 세계화에서 동아시아 문화 혼융의 흐름을 포착한다. 아사쿠라 교수는 "야키니쿠는 한반도에 기원을 두고 있지만, 실제로는 재일 한국인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일본사회가 육성한 요리"라며 "아시아 국가에서 야키니쿠가 세계화하는 과정을 통해 한ㆍ일 문화가 국제 경쟁 시장에서 병존할 가능성을 탐색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