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에서 때아닌 조기전당대회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안상수 원내대표가 말을 꺼내면서 장광근 사무총장이 반박, 친이 주류 핵심 당직자 두 사람이 충돌하는 모양새도 연출됐다. 이 문제는 특히 정몽준 대표의 거취와도 연결되는 것이어서 민감하다.
안 원내대표는 12일 SBS 라디오에 출연, "내년 2월 전당대회를 개최, 당원과 국민의 지지를 받는 대표를 뽑은 뒤 지방선거를 치르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그는 "당 대표는 전당대회에서 뽑아야지 승계를 통해 되는 것은 옳지 않다"고도 했다. 안 원내대표는 다만 정몽준 대표에 대해서는 "비교적 잘하고 있다. 당이 젊어지고 활기가 생긴 것 같아 긍정적"이라고 평했다. 그는 9일에도 "승계 체제가 오래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런 언급이 나오자 미묘한 분위기가 형성됐다. 우선 안 원내대표가 정 대표를 견제하려는 의도라는 해석부터 나왔다. 두 사람간 긴장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는 관측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안 원내대표가 친이계 좌장역과 '대표 도전'이라는 정치 행보를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시각도 있다. 물론 안 원내대표측은 "원론적 입장을 얘기한 것일뿐"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그의 언급이 여권 핵심부의 의중을 담고 있느냐 아니냐는 궁금증은 크다. 이 대목에서는 안 원내대표의 개인적 소신이라는 쪽에 일단 방점이 찍힌다. 한 핵심 당직자는 "여권 주류 전반의 생각을 반영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장광근 사무총장이 이날 불교방송에서 "안정적인 궤도에 있는 정 대표 체제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있기 때문에 조기전대의 의미는 퇴색됐다"며 "당 일각의 조기전대 요구는 논리적 근거가 희박하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재오 전 의원이 국민권익위원장을 맡음으로써 조기전대 동력이 약화한 것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정 대표 측은 내심 불만이 있겠지만 특별한 반응은 하지 않았다. 한 측근은 "대표로서 직분에 충실하며 앞만 보고 갈 뿐"이라며 "당장 10·28 재보선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재보선을 코 앞에 둔 시점에서 '당 대표 흔들기'로 비치는 발언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기류도 있다.
조기전대 문제는 정 대표가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는 측면은 있다. 정 대표가 역량을 발휘하며 당을 안정시킬 경우 조기전대 명분이 약화하겠지만 반대의 경우엔 불씨가 되살아날 수도 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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