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사업 자금을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집에 불을 질러 부모를 숨지게 하고 동생을 중태에 빠트린 2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종암경찰서는 12일 방화와 존속 살해 등의 혐의로 강모(28)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강씨는 7일 밤 11시10분께 성북구 월곡동 다세대주택 3층 자택 거실에 휘발유를 붓고서 불을 질러 잠을 자던 아버지 강씨(58)와 어머니 이모(52)씨를 숨지게 하고 동생(13)을 중태에 빠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강씨는 사건 당일 저녁 여자친구와 헤어진 뒤 동네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밤 11시에 집 근처 맥줏집에서 술 한잔하자"고 연락한 뒤 약속장소로 가기 직전 집에 들어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강씨는 방화 당시 손등에 화상을 입어 범행 후 약속 장소 대신 인근 사우나로 도주했다.
경찰은 화재 현장에서 휘발유 냄새가 풍긴 점 등으로 방화 가능성을 두고 수사를 벌이다 손등에 화상을 입은 강씨를 추궁한 끝에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다.
강씨는 경찰에서 "부모의 무관심과 동생에 대한 편애가 싫었고 식당을 차려 애인과 빨리 결혼하고 싶었다"며 "부모가 집을 팔아서라도 돈을 대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차일피일 미뤄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강씨는 20여년 전 재혼한 친어머니와 새아버지가 둘 사이에 태어난 어린 동생만 편애한다는 생각에 평소 불만을 품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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