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38초 만에 매진됐다. 신기록이다. 조슈아 하트넷, 이병헌, 기무라 다쿠야의 미국 한국 일본 스타들과 '그린 파파야 향기' '씨클로'의 명 감독 트란 안 헝의 만남은 팬들을 흥분시켰고 기대치를 한껏 끌어올렸다.
그러나 광속 클릭 끝에 예매에 성공해서 부산의 극장을 찾은 관객들은 대부분 당황했을 것이다. 어둡고 무겁고 난해하기 때문이다. 조슈아 하트넷의 말을 빌자면 "한 번 봐서는 이해하기 힘들 만큼 다양한 의미를 지닌 영화이고, 트란 안 헝 감독의 영화 중 가장 어두운 작품"이다. 홍보와 달리 범죄/액션/스릴러가 아니다. 그보다는 인간의 근원적 고통과 구원에 관한, 시적이고 철학적이고 종교적인 예술영화에 가깝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다소 복잡한 전개 방식, 대사는 별로 없고 음악과 영상이 주도하는 심리 묘사 등 이 영화는 낯설고 불편한 요소가 많다.
연쇄살인범을 죽인 뒤 그의 마성에 사로잡혀 악몽에 시달리는 전직 형사 클라인(조슈야 하트넷). 그는 실종된 아들 시타오(기무라 다쿠야)를 찾아달라는 대부호의 의뢰를 받고 홍콩으로 간다. 냉혹하고 잔인한 홍콩 마피아 두목 수동포(이병헌)도 시타오를 찾고 있다. 부하에게 납치된 애인을 시타오가 데려갔기 때문이다.
시타오는 남을 치유하는 신비한 능력을 지닌 인물이다. 온 몸이 찢기고 피를 흘리며 환자를 치유하는 그의 모습은 인간의 죄를 대속한 예수를 닮았다. 수동포에게 발견돼 널빤지에 못 박히면서 "너를 용서한다"고 말하고 고통의 극점에서 "아버지"라고 절규하는 장면도 예수의 수난을 연상시킨다. 이 영화에는 십자가, 세례 등 기독교적 상징이 많다.
문제는 심각한 질문과 무거운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하기에는 구성의 밀도가 떨어진다는 점이다. 장면과 사건들이 긴밀한 일관성이 없이 이어지기 때문에 열심히 머리를 굴려봐도 잘 이해가 안 된다. 그건 각본과 연출의 문제이지, 관객의 지적 능력 탓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볼 가치는 있다. 트란 안 홍 특유의 탐미적 영상과 라디오헤드의 음악은 매우 인상적이어서 가끔 전율을 일으킨다. 조슈아 하트넷의 우울, 이병헌의 차가움, 기무라 다쿠야의 고통 등 세 주연 배우의 연기도 볼 만하다. 특히 극중 클라인에게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를 남긴 연쇄살인범 역 엘리아스 코티스의 연기는 관객의 영혼까지 짓누를 만큼 강렬하다. 그가 잠깐 등장하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15일 개봉.
오미환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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