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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삶과 경영의 지표가 되는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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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삶과 경영의 지표가 되는 인문학

입력
2009.10.13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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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가 2010학년도부터 인문학 강좌를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필수과목으로 '삶의 인문학'을 개설하고, 인문학 소개서 '인문학과의 만남'을 출간하며, 국내외 문화유산 답사도 추진한다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왜 인문학을 하는지 고민케 하고 기본소양을 갖추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철학 심리학 등이 입시나 재학생 수강과목에서 인기를 회복하고 있다는 소식도 앞서 있었고, 교육과학기술부는 수년 전부터 인문학에 대한 공적 지원을 크게 늘려오고 있다. 다른 얘기지만 최근 기업 경영인들 사이에서도 인문학 공부가 상당한 붐을 일으키고 있다.

한동안 심각한 위기상황으로 몰렸던 인문학이 부활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매우 반갑고 바람직한 현상이다. 인문학의 위기는 199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적 가치가 득세하고 그에 따른 무차별적 시장논리와 효율성에 대한 맹신이 팽배하게 된 사회경제적 여건 변화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니체의 정의대로 '인간의 삶의 경험에 대한 이해와 그 의미 탐구를 통해 궁극적으로 성숙한 삶을 형성하게끔 하는 공부'인 인문학은 상대적으로 한가하고 쓸모 없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최근 인문학 재평가 분위기 역시 본연의 가치가 아닌, 현실적 효용성 차원에서 조성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당장의 이익 획득과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실용학문이 유용하지만, 이를 넘어 장기적 경쟁력 확보차원에서는 아무래도 인간과 세계에 대한 이해, 다시 말해 인문학적 상상력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공감대를 얻게 된 때문으로 보인다.

동기가 어떻든 인문학의 재발견은 좁게는 실용학문과의 소통과 보완을 통해 각 분야의 경쟁력을 키우고, 넓게는 삶의 질과 사회의 품격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당장 우리사회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극도의 물신주의풍조와 지도층의 무책임, 부도덕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인문학이 그 근본적인 단서를 제공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모처럼 다시 움트는 인문학의 싹이 꺾이지 않도록 정부 학계 기업 등 모두가 각별히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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