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참사' 1심 선고가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담당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한양석)는 12일 참사 현장인 서울 용산구 '남일당' 건물에 대한 현장검증을 실시했다.
오전 10시부터 건물 주차장에서 시작해 망루가 설치됐던 옥상까지 오르며 2시간 가까이 진행된 현장검증에서 검찰과 변호인 측은 화재 원인을 놓고 내내 날선 공방을 이어갔다.
양측은 주차장에 있던 발전기 검증에서부터 설전을 벌였다. 사건 당시 망루 안에 있던 발전기는 변호인 측이 화재 원인으로 지목한 것. 재판부가 "스위치가 떨어져나간 현재 상태로는 (사건 당시) 켜져 있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고 정리하자, 검찰은 "피고인들 진술에 따르면 꺼져있었다"고 주장했고, 변호인은 "켜져 있었다는 자료를 따로 제출하겠다고"고 맞섰다.
9개월 만에 언론에 공개된 남일당 건물 내부는 참혹했다. 바닥에는 깨진 유리병과 담배 꽁초 등이 발 디딜 틈 없이 널려 있고, 계단은 온통 검게 그을려 있었다. 화마(火魔)의 흔적은 옥상으로 오를수록 심해졌다. 3층과 4층 사이에는 철거민들이 경찰 진입을 막기 위해 설치했던 장애물과 특공대가 자른 것으로 추정되는 장애물 잔해가 쌓여있었다.
불에 탄 망루가 흉물처럼 남아있는 5층 옥상에 이르자 검찰과 변호인의 공방은 극에 달했다. 망루 반대편 옥상에 놓인 또 다른 발전기를 두고 변호인은 "망루 입구에 있던 것을 이곳으로 옮긴 것이며 스위치가 켜진 상태로 남아있는 점으로 미뤄 화재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원래부터 이 자리에 있던 것으로 화재와 관련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 발전기는 윗부분은 온전한 상태인 반면 아랫부분은 검게 그을려 있고 스위치는 'ON'상태로 놓여 있었다.
심지가 꽂힌 채 깨져있는 화염병을 두고도 검찰은 "특히 망루 입구에 이런 병이 다수 있다"며 발화 원인이라고 주장한 반면, 변호인은 "망루가 무너지면서 깨진 것일 수 있다"고 맞받았다.
검증이 끝난 뒤 한 부장판사는 "검증 결과를 토대로 진실이 무엇인지 밝히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남일당을 지키고 있던 참사 희생자 유족들은 "이미 경찰이 수시로 드나들면서 현장을 훼손한데다 피고인들을 배제한 현장검증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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