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위원입니다" 국회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장을 일순 긴장시키는 한마디다. 중진은 별다른 준비 없이 국감장에서 일반론을 이야기해 별로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다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초선 의원 이상으로 열정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아름답다"고 변웅전 복지위원장이 공개적으로 찬사를 보낼 정도다. 4선의 박 전 대표는 복지위 내 최다선이다.
질의마다 구체적 수치와 검증된 대안을 꼭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 박 전 대표의 원칙이라고 한다. 9일 식약청 국감에선 박 전 대표가 세세한 수치를 거론하며 연구개발 사업의 문제점을 또박또박 지적하자 윤여표 식약청장이 "지적이 맞습니다"며 곧바로 '항복'했다.
박 전 대표는 "에이즈 환자 전문 센터를 권역별로 설치하되, 예산 문제 때문에 당장 어려우면 에이즈예방협회 지회를 활용하라"(8일 질병관리본부 국감), "의약품 실거래가 파악 때 일본처럼 카드 결제 자료를 활용하면 된다"(5일 복지부 국감) 등 구체적 대안들을 제시했다. 한 측근은 "전문가들과 오랜 토론을 거쳐 만든 대안들"이라며 "10분의 질의를 하기 위해 박 전 대표가 공부하는 양은 엄청나다"고 말했다.
지난 해 국감 때 질의한 내용이 현장에 실제 반영됐는지를 재확인하는 것도 박 전 대표의 스타일이다. 그는 식약청 국감에서 "지난 해 식품 정책 결정 과정을 선진국 수준으로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제안했었는데 여전히 부족하다. 국감장에서 공개하라고 하니까 하지 말고 자발적 하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일침을 놓았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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