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초등학생이 자신의 집 앞 골목길에서 의문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동네 주민들 외에 외부차량의 통행이 드문 한적한 주택가에서 발생한 사고인데다, 목격자 진술 등 사건을 밝혀줄 뚜렷한 단서도 없어 경찰 수사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11일 서울 강서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8일 오전 8시20분께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한 빌라 앞에서 이 빌라에 사는 초등학교 3학년 A(9)군이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것을 지나가던 주민이 신고해 병원으로 옮겼으나 이날 오후 4시께 숨졌다.
발견 당시 A군은 팔과 다리가 부러져 있고 심한 찰과상을 입은 상태였으며 옆에는 A군이 기르던 애완견도 함께 죽어 있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인근 주민을 대상으로 탐문수사를 벌였으나 사건 현장 목격자를 찾지 못했다. A군이 발견된 곳은 차량이 오가는 골목길 옆 빌라 주차공간인데, 현장 주변에는 폐쇄회로(CC)TV도 설치돼 있지 않아 사건 경위를 파악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인근 주민들은 동네 주민에 의한 뺑소니 사고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한 주민은"집 앞으로 개가 뛰어나가자 A군이 잡으러 나갔다가 같이 변을 당한 것 같다"며 "뺑소니범이 A군을 친 뒤에 길 옆 주차공간에 옮겨놓고 달아날 것이다"고 추정했다. 병원측도 사인을 충격으로 인한 호흡곤란으로 판단했다.
3~4층짜리 빌라와 연립주택이 촘촘히 들어선 이 곳 주택가는 뒷쪽이 우장산 자락에 가로 막혀 있어 외부 차량의 진출입이 제한된 곳이다. 한 주민은 "간혹 길을 잃은 외부인이 드나드는 것 외에 대부분 동네 주민들만 다니는 곳인데, 누군가 출근길에 사고를 내고서는 도망친 것 같아 마음이 심란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A군이 발견된 골목길 도로에는 교통사고 때 흔히 생기는 타이어 바퀴 자국이나 차량 파편 등도 전혀 남아있지 않았다. A군의 부모는 경찰에서 "맞벌이를 하느라 일찍 출근하는 바람에 아이가 어떻게 사고를 당하게 됐는지 모르겠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뺑소니로 단정하기는 아직 이르다"며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정확한 부검 결과가 나오는 대로 수사 방향을 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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