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좋아 영화평론가가 되었고, 평론을 하다 보니 시나리오를 쓰게 되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감독이 되었다."
'써스페리아'(1977) '페노미나'(1985) 등을 만든 이탈리아 공포 영화의 거장 다리오 아르젠토(69) 감독은 올해 부산영화제의 주요 손님이다. 아르젠토는 쿠엔틴 타란티노, 로버트 로드리게스, 브라이언 드 팔마 등 세계적 감독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 인물로 평가 받는다.
배우 겸 감독으로 활약하는 아시아 아르젠토의 아버지로도 유명하다. 부산영화제는 그의 영화 인생을 강의 형식으로 듣는 '마스터 클래스'와 '핸드 프린팅', 특별전 등을 마련해 그의 영화적 성취에 경의를 표했다.
영화광으로서 감독의 길을 걷게 되었지만 그는 "영화라는 회오리에 빨려 들어 내 개인적 삶은 존재하지 않는 슬픈 상황을 맞아야 했다"고 말했다. "너무 유명해져 마음대로 여행을 다니지 못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괴이한 영화 연출로 일가를 이룬 감독답게 괴짜의 면모를 드러냈다. "초년 감독 시절 배우는 자신의 용모가 어떻게 보일까에만 신경 쓰는 꼭두각시일 뿐이란 생각에 밥도 함께 먹지 않았다"고 말했다.
"두 번째 영화를 찍을 땐 좋은 장면에 대한 강박관념 때문에 침대 옆에 카메라를 놓고 잤다"고도 했다. 그는 "배우가 인격을 지닌 존재라는 사실은 미국 배우 하비 케이텔과 일하면서 깨달았고 그와 밥을 먹었다"고 했다.
아르젠토는 자신의 영화마다 살인자를 묘사하기 위해 검은 장갑 낀 자신의 손을 '출연' 시킨 감독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1969년 첫 작품 '수정 깃털 새'가 워낙 저예산이라 배우를 구하기 힘들어 내 손을 사용했다"며 "이후 제작자들이 내 손이 나오는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영화를 무척 많이 보았고 굉장히 흥미로웠던 작품도 있었다"고 했으나 "정확한 영화 제목도, 감독의 이름도 알지 못한다"고 했다.
"영화를 찍을 때마다 피의 축제를 즐긴다"는 그는 정작 "현실에선 피가 너무나 싫다"고 말했다. "동물을 많이 키울 정도로 평화와 사랑이 넘치는 사람"이라고 자부하기도 했다.
"인간의 잔인성은 천성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인간의 그 어둠을 표현하는 재능을 타고났고 그 재능을 드러내는 것이 의무라 여긴다. 그러나 영화 속 묘사는 스타일일 뿐 현실과는 무관하다고 생각한다."
부산=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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