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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경제연구원과 함께하는 경제기사 따라잡기] 적정환율이 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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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경제연구원과 함께하는 경제기사 따라잡기] 적정환율이 뭔가요

입력
2009.10.12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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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최근 들어 원ㆍ달러 환율이 빠르게 떨어지면서 혹시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하지만 또 한편에서는 “그 동안 환율이 우리 경제 체질에 비해 너무 높았다”며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합니다. 과연 환율 하락은 우리 경제에 피해만 주는 걸까요. 또 한 나라 경제에 적절한 환율 수준이란 있는 걸까요.

A. 한 나라 경제에 적절한 환율, 즉 적정환율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환율을 좀 구분해서 봐야합니다.

환율은 크게 명목환율(Nominal Exchange Rate)과 실질환율(Real Exchange Rate)로 구분됩니다. 우리가 각종 경제기사에서 쉽게 접하는 환율은 일반적으로 명목환율을 의미합니다. 명목환율이란 양국 통화의 상대 가격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원ㆍ달러 환율이 달러당 2,000원이라는 것은 한국 화폐 1원의 가치가 미국 화폐 0.0005달러의 가치와 같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만약 환율이 달러당 1,000원으로 하락할 경우, 원화 1원의 가치는 미국 화폐 0.001달러로 환율이 2,000원일 때의 가치 0.0005달러보다 높아집니다. 이처럼 환율의 하락은 원화가치의 상승을 의미하며, 이 때문에 원화가 평가절상 되었다고도 합니다.

실질환율은 명목환율에 양국의 물가를 반영한 것으로 양국 간 물품의 상대가격을 말합니다. 가령 원ㆍ달러 실질환율이 0.5라고 하면 한국에서 생산한 제품 1개의 가치가 미국산 제품 2개의 가치와 같음을 의미합니다. 다만 실질환율은 품목별로나, 경제 전체적으로 계산은 가능하지만 매일 수치화해 발표되지는 않습니다.

명목환율이 하락하면 무역수지가 악화되나요?

최근 들어 원ㆍ달러 환율이 빠르게 하락하면서 올 들어 큰 폭의 흑자행진을 이어오던 무역수지(풀어읽는 키워드 참조)가 나빠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환율이 떨어지면 해외에수출한 우리 상품의 가격이 올라 그만큼 덜 팔리게 되고, 수입품 가격은 낮아져 수입이 늘 것이라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명목환율 하락이 반드시 무역수지 악화로 나타나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국산 자동차의 수출 1대당 가격 500만원, 미국산 자동차의 수입 1대당 가격 1만달러인 자동차 시장에서 국산 자동차를 10대 수출하고 미국산 자동차를 10대 수입한다고 가정합시다.

만약 원ㆍ달러 환율이 2,000원에서 1,000원으로 하락할 경우 한국산 자동차의 수출 1대당 가격은 2,500달러에서 5,000달러로 상승하게 돼 경쟁력이 떨어지게 됩니다. 반면, 미국산 자동차의 수입 1대당 가격은 2,000만원에서 1,000만원이 되니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게 됩니다. 논리적으로는 수출액은 줄고, 수입액을 늘어 무역수지가 악화되겠죠?

하지만 이 경우에도 오히려 수출액이 늘고 수입액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10대 수입되던 미국 자동차가 환율이 떨어지면서 15대로 늘었다고 쳐도, 10대를 2,000만원씩에 팔 때보다 15대를 1,000만원에 파는 것이 수입액 측면에서는 더 작아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출 역시 비슷한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더욱이 원ㆍ달러 환율이 2,000원에서 1,000원으로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시장에서 국산 자동차의 가격은 500만원으로 미국산 자동차 가격 1,000만원보다 저렴합니다. 이 때문에 수입 물량은 늘어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또 수출 시장에서 국산 자동차의 수출 가격은 5,000달러로 미국산 자동차 가격 10,000달러보다 저렴하기 때문에 수출 물량 역시 줄어들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실질환율이 높아지면 무역수지는 좋아지나요?

하지만 실질환율은 다릅니다. 양국의 물가까지 감안한 환율이니 무역수지에 어김없이 영향을 끼치게 되죠. 만약 실질환율이 1에서 2로 상승한다면, 국산 자동차 1대와 미국산 자동차의 교환 비율이 1대에서 0.5대로 감소했음을 의미합니다. 이로 인해 국산 자동차의 수출 경쟁력이 제고되어 수출은 늘어나고 반대로 미국산 자동차의 수입은 그만큼 감소하게 됩니다.

이 때문에 정부가 무역수지를 개선시키려고 마음 먹는다면 명목환율과 물가 등을 조절하는 정책을 통해 실질환율을 높여야 합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또 만만찮은 부작용이 있습니다.

실질환율이 오른다고 당장 무역수지가 개선되지 않기 때문인데요. 실질환율 상승으로 실질 수출 가격과 실질 수입 가격은 즉시 반응을 하지만, 수출 물량과 수입 물량은 시차를 두고 반영되기 때문에 오히려 처음에는 무역수지가 악화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무역수지의 개선 모양이 시간에 따라 J자 모양과 비슷하기 때문에 이를 ‘J 커브효과’라고 부릅니다. 또 실질환율 상승은 수입물가 상승을 통해 국내물가 상승을 야기할 수도 있윱求? 이번 금융위기 같은 다방면의 위기 때 자칫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 섣불리 실질환율 조정에 나섰다가는 오히려 경제 전반에 훨씬 큰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얘깁니다. 때문에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을 통한 실질환율의 상승은 신중을 기해야 하는 것입니다.

실질환율의 적정선은 없나요?

이러한 이유에서 원화의 적정 가치, 즉 적정환율을 생각하게 됩니다. 원화의 적정 가치를 평가하는 대표적인 방법으로 실효환율(EERㆍEffective Exchange Rate)이 있습니다. 환율은 교역 상대국에 따라 다양하게 존재하므로 자국 화폐 가치의 적정 수준을 판단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교역 상대국의 명목환율에 교역 가중치와 물가를 반영하여 하나의 지수로 산출한 것이 실질실효환율(REERㆍReal Effective Exchange Rate)입니다. 실질실효환율이 100을 초과하면 기준년도(2005년)에 비해 고평가 되었음을, 그리고 실질실효환율이 100 미만이면 저평가되었음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이 달러의 실질실효환율보다 작다면 원화가 달러에 비해 저평가되어 원ㆍ달러 환율의 하락(원화의 평가절상) 가능성을 점칠 수 있겠죠.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2009년 8월 원화와 달러의 실질실효환율은 각각 77.4와 91.99를 기록했습니다. 원화가 달러보다 실질실효환율이 낮으니 원ㆍ달러 환율의 추가 하락 여지가 있는 셈입니다. 실제 9월 평균(9월 28일까지) 원ㆍ달러 환율은 8월 평균 1,238.4에서 16.4원 하락한 1,222원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실질실효환율도 무작정 믿기는 어렵습니다. 교역 및 물가의 가중치가 반영되기 때문에 가중치가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면 고평가 또는 저평가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환율의 적정 수준을 결정하기 위해 실질실효환율은 하나의 기준점은 될 수 있지만 그 값이 정확한 수준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이 때문에 외화의 수요와 공급 요인에 대한 모니터링을 함께 병행하여 원화의 적정 가치를 평가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현대경제연구원 임상수 연구위원

● 풀어읽는 키워드

■ 무역수지(Trade Balance)란

일반적으로 무역수지는 일정기간 동안 상품 교역을 통한 수출액과 수입액의 차이를 말하며, 이 때문에 상품수지라고도 합니다. 무역수지가 흑자(Surplus)를 기록한 것은 상품의 수출액이 수입액보다 많음을 의미하고 적자(Deficit)를 기록한 것은 상품의 수입액이 수출액보다 많음을 의미합니다.

■ 국내외 기관 추정 적정환율은 얼마…

국내외 기관들이 추정하는 실제 원ㆍ달러 환율의 적정 수준은 얼마일까.

각 기관들은 원화와 달러화의 실질실효환율을 산출한 뒤, 평가치의 비율 차이만큼을 실제 명목환율에 적용해 추정치를 내놓고 있다. 단, 실질실효환율은 기준년도를 언제로 잡는지, 교역대상국 범위를 어디까지로 정하는지, 물가 기준으로 무엇을 쓰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적정환율의 수준도 차이를 보인다.

최근 발표된 수치들은 적정 환율을 달러당 1,000~1,100원으로 예측하고 있다. 지난 9일 연중 최저치까지 내려간 달러당 1,164.5원보다도 훨씬 낮은 수준으로, 이론적으로는 환율이 더 내려갈 여지가 있다는 의미다.

우선 국제기관들의 경우, 국제결제은행(BIS)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은 최근 원화와 달러화의 실질실효환율 수준을 감안할 때 대략 원화가 달러화에 비해 16~18% 가량 저평가 돼 있다고 보고 있다. 7월과 8월 원ㆍ달러 환율 평균 수준으로 미뤄 보면 대략 1,020~1,030원 선이 적정 환율대인 셈이다.

국내 기관들의 추정치는 이보다 조금 높다. 삼성선물은 최근 '원화 저평가 해소의 필요조건'이라는 보고서에서 올 6월 현재 실질실효환율을 통해 산출한 적정 환율이 달러당 1,097원이라고 밝혔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대외균형이 달성됐던 1993년을 기준으로 올 8월 실질실효환율을 계산한 결과 1,017원이 나왔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자체 추정 결과 환율이 7월 대비 13.6% 상승할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최근 내놨다. 원화값이 7월 평균보다 13.6% 오르면 1,090원선이 된다.

주요 교역국들 통화 대비 원화 환율의 과거 평균치와 현재 수준을 비교해보는 것도 적정 환율을 추정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삼성선물에 따르면, 원ㆍ달러 환율의 지난 10년간 평균치는 1,130원으로, 올 8월 평균치보다 9.6%가량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원화가 그만큼 저평가되고 있募?뜻이다. 같은 기준으로 비교할 경우 원화는 유로화 대비 34.8%, 엔화 대비 28.9% 저평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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