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효성그룹 오너 3세들의 계열사 주식 저가인수 의혹 및 회사자금을 이용한 지분 확대 가능성에 대해 방대한 첩보 분석 작업을 벌인 것으로 추가 확인됐다.
11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검찰이 2007년 말~2008년 초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효성 관련 첩보수집 보고서(본보 7일자 1,3면)에는 경영권 편법 승계 의혹과 관련된 내용도 대거 포함돼 있다.
구체적으로 효성이 2001년 IT계열사인 노틸러스효성(당시 효성데이타시스템) 지분 42.4% 가까이를 조석래 그룹 회장의 장남인 조현준 효성 사장, 2남인 조현문 효성 부사장, 3남인 조현상 효성 전무에게 액면가(5,000원)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주당 432원에 넘긴 데 대해 검찰은 헐값 매각을 통한 편법 증여 의혹이 짙다고 판단했다.
특히 이 시점이 노틸러스효성이 적자에서 흑자로 탈바꿈하던 때라는 점에 주목, 효성이 오너 3세들에게 알짜 기업을 싸게 넘기는 방법으로 경영권 승계 비용을 줄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노틸러스효성이 2006년 한 차례 상장을 시도했다가 몇 가지 이유로 인해 상장을 연기했다는 점, 상장이 이뤄질 경우 3형제가 보유 지분에 대해 엄청난 차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도 이 같은 판단의 근거가 됐다.
검찰은 이와 함께 2000~2006년까지 (주)효성과 효성 계열사 공시 자료들을 확인한 결과, 이들 3형제가 (주)효성 지분매입, 대출금 이자변제 및 원금 변제 등에 1,000억원 이상의 거액을 사용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자금의 출처가 의심스럽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자금의 액수가 이들 3형제가 정상적인 근로 소득으로는 벌어들이기 어려울 정도의 거액이며 이 때문에 조 회장이 편법으로 증여했을 가능성과 계열사 자금이 사용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올 6월말 현재 조 회장 아들 3형제의 ㈜효성 지분은 최대 주주인 조석래 회장보다 많은 725만4,423주(20.66%)이며, 주식 평가액은 4,773억원을 넘는다.
검찰은 앞서 효성의 해외 재산유출을 통한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한 첩보도 대거 수집해 분석한 뒤 "위법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내린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이와 관련, 재미동포 블로거 안치용씨가 조현준 사장이 2002년과 2006년 미국에서 450만 달러짜리 호화 주택과 95만 달러 상당의 빌라 2채 지분을 매입했다고 폭로해 재산유출 의혹과의 연관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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