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공단이 올해 1조2,500억원 이상의 재정수지 악화가 예상되는데도 직제규정까지 어겨가며 1,100여명의 승진인사를 단행, 수백억원의 추가 인건비를 지출하게 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원희목 의원은 11일 "재정수지 급감을 이유로 내년에 건강보험료를 인상하겠다는 건보공단이 규정까지 위반하면서 '승진 잔치'를 벌여 국민 부담을 더욱 가중시켰다"고 지적했다.
원 의원이 건보공단 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건보공단의 올해 재정수지는 지난해 1조3,668억원 흑자에 비해 1조2,515억원이나 감소한 1,153억원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공단측은 또 내년부터는 재정수지가 다시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 내달에 있을 건보정책심의위에서 내년 보험료 인상을 추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공단측은 이 같은 국민부담 증가에 아랑곳하지 않고 올해 1월 1일자로 4급 직원 78명을 3급으로 승진시키는 등 7월까지 5번에 걸쳐 1,107명이나 되는 대규모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이에 따라 추가로 소요되는 인건비 부담액만 무려 437억원에 달한다.
공단측의 인사는 각 직급별 정원이 규정된 '직제규정'을 무시한 채 이뤄졌다. 이에 따라 1,2급은 정원에 비해 각각 9명, 12명이 많아졌고, 특히 4급은 정원(3,034명)보다 두 배가 넘는 6,148명에 달하게 됐다. 반면 하위직급인 5,6급은 각각 정원의 44%와 70%가 부족해졌다.
보건당국은 건보 재정수지가 2006년과 2007년 각각 747억원, 2,847억원 적자를 기록하자 아동입원비의 유료 전환, 식대비 본인부담 인상, 2007년과 2008년 건보료 6%대 인상 등을 추진했고, 이에 따라 건보 재정수지는 지난해 대규모 흑자를 기록했다.
원 의원은 "건보공단은 아이들이 치료받을 돈, 환자들의 병원 식대, 국민들의 보험료 등으로 자신들의 승진 잔치를 벌인 셈"이라며 "공단은 지금이라도 규정에 맞게 직급인사를 되돌려 국민이 낸 보험료를 아픈 국민들의 치료비에 쓸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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