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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해충 역습은 글로벌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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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해충 역습은 글로벌 위기"

입력
2009.10.12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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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남부 장쑤성(江蘇省)에서 날아온 애멸구 때문에 2000년 이후 자취를 감췄던 벼 줄무늬잎마름병이 2007년부터 다시 돌기 시작했습니다." (한국 농업진흥청 관계자)

"우리도 베트남에서 날아오는 병해충 때문에 피해가 심각해요." (중국 저장성(浙江省) 저장대 쳉(Cheong) 교수)

"날로 더워지는 날씨 때문에 바이러스들이 계속 늘어나는 것인데 더워지는 날씨가 우리 탓입니까?"(베트남 작물호보센터 호반치엔(Ho Van Chien) 박사)

8일 서울교육문회회관 회의실. 아시아ㆍ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원 11개국의 농미생물 학자 25명이 참석한 가운데 '아ㆍ태지역 이동성 병해충 역학정보교류'란 어렵고 긴 이름의 국제워크숍이 열렸다.

이날 워크숍은 세계 식량 안보를 위협하고 있는 병해충의 역습에 대한 공동 대응책을 모색하는 자리. 그런데 '벼의 에이즈'로 불리는 줄무늬잎마름병을 옮기는 애멸구의 발원지를 놓고 이처럼 참석자들 사이에 묘한 신경전이 일기도 했다.

사실 병해충은 더 이상 국내 농촌만의 문제가 아닌, '글로벌 이슈'가 됐다. 행사를 주관한 한성숙 농업진흥청 미생물과장은 "지구 온난화로 병해충들이 돌발적으로 발생하기도 하고 중국에서 발생한 병해충이 기류를 타고 한국과 일본은 물론 북미지역까지도 날아가는 게 관찰되고 있다"며 "병해충 구제활동은 이제 국제적 공조 하에서 이뤄지지 않으면 효과를 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설명했다.

병해충은 급증한 농산물 교역으로도 전파되기도 하지만, 이것으론 특정지역의 돌발적인 병해충 발병 현상은 설명되지 않는다. 앞선 방제기술로 우리나라서는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던 벼줄무늬잎마름병이 2007년 충남 서천과 전북 부안지역에서 크게 발생한 경우가 그렇다.

벼줄무늬잎마름병은 지난해와 올해도 계속 발병하고 있는 상황. 지역도 서해안 전역으로 확산추세다. 농진청 관계자는 "중국에서 날아왔을 것이라는 심증은 있었지만 물증이 없었는데, 올 5월 31일까지 보이지 않던 애멸구가 이튿날인 6월 1일 성충으로 대량 관찰됐다"면서 "대규모의 애멸구 성충이 갑자기 관찰된 것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 말고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구의 온난화로 중국 남부지역의 월동 병해충의 개체수가 많아지면서 이 같은 일이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실제 중국 장쑤성의 경우 애멸구로 인한 벼줄무늬잎마름병의 피해 면적이 2002년 100만ha에서 2005년 200만ha로 두 배로 늘었다. 황사 피해를 줄이기 위해 한국과 일본이 중국 땅에 나무를 심는 것처럼 병해충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도 우리가 중국과 베트남의 구제 활동에 나설 필요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병해충은 미래 식량 안보의 최대의 적. 지구가 더워지면 우리나라에서도 이모작이 가능해져 식량 생산이 늘어날 것으로 언뜻 보이지만, 전문가들은 오히려 반대상황을 걱정하고 있다. 환경관리공단이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기온 상승으로 식량 생산량이 늘기도 하지만, 병해충과 잡초의 번식도 가속화돼 인간이 실제 먹을 수 있는 식량은 줄어들고, 온난화가 지속되면 쌀 생산량은 20%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공동의 위기의식 속에서 열린 워크숍. 붉혔던 얼굴들이지만 머리를 맞대자 다양한 방안들이 나왔다. 그 중에서도 한국이 제안한 <아시아태평양 병해충 역학정보 네트워크> (가칭) 설립 계획이 눈길을 끌었다.

앞으로 구축될 서버에 각국이 자국의 병해충 발생현황을 실시간으로 입력하면, 인접국들은 그때 그때의 기상 상황에 따라 병해충의 이동 경로를 예상할 수 있고, 그 경우 조기 방제체제를 가동해 병충해의 피해를 줄인다는 식이다.

김재수 농진청장은 "이 같은 정보교류로 한국과 일본이 최대 수혜국이 되지만 정보를 입력하는 베트남이나 중국에는 한국과 일본의 선진 방제기술이 전달 돼 자체적으로 병해충 발생 가능성이 떨어지게 된다"며 "이 시스템을 이용하면 한국이나 일본에서는 일기예보처럼 병충해예보도 가능해져 비래(飛來ㆍ날아서 전파되는 )해충의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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