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3일 실시되는 버지니아와 뉴저지주의 주지사 선거에 미 정가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작년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모두 승리한 지역이어서 내년 중간선거의 판도를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수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특히 취임 9개월을 맞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신임평가의 성격마저 띠고 있어 민주ㆍ공화 양당 수뇌부는 마치 '대선 2차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자금과 조직을 총동원한 전면전을 펼치고 있다.
버지니아주는 연임 제한에 걸린 팀 케인(민주) 현 주지사의 자리를 놓고 주 검찰총장 출신인 공화당의 로버트 맥도널 후보와 주 상원의원인 민주당의 크레이그 디즈 후보가 혈전을 벌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의 9일 여론조사에 따르면 맥도널 후보가 디즈 후보에 9% 포인트 가까이 앞서고 있고, 이 같은 흐름은 선거전 초반부터 일관되게 이어져 맥도널 후보의 낙승이 점쳐진다.
버지니아 선거의 최대 쟁점은 오바마 대통령의 경기부양책. 유권자들은 7,870억달러에 달하는 정부의 대대적인 시장개입이 세금 인상을 가져올 것이라며 민주당 정부에 강한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
디즈 후보는 "워싱턴이 상황을 매우 어렵게 하고 있다"며 경기부양책, 건강보험 개혁 등 정부의 '소비 정책'이 자신이 고전하는 원인이라고 불만을 터트릴 정도다.
버지니아주는 1973년 이후 백악관을 차지한 정당의 후보가 주지사 선거에서 승리한 예가 없는 정치사를 갖고 있어 '야도(野道) 주지사'의 명성을 이어갈 지 관심이다.
존 코자인(민주당) 현 주지사와 공화당의 크리스토퍼 크리스티 전 연방검사가 맞붙은 뉴저지주 선거는 중앙정치보다는 코자인 주지사의 실정이 쟁점이다.
뉴저지주의 실업률은 8월 현재 9.5%로 인근 뉴욕이나 펜실베이니아보다 높다. 다른 주보다 높은 재산세도 유권자들의 원성을 사는 요인이다. 여론조사는 크리스티 후보가 두 자릿수 차이로 코자인 주지사에 앞서 있다.
워싱턴 정가는 뉴저지 선거에서 민주당이 패배한다면 정치적 타격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뉴저지주가 전통적으로 민주당의 절대 강세지역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15% 포인트 이상으로 낙승했고, 의회도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다. 이런 민주당 텃밭에서 공화당이 승리한다면 내년 중간선거에서의 대대적인 판도변화를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다. 민주당과의 연대가 강했던 환경단체가 처음으로 크리스티 후보를 공개 지지하고 나선 것도 예사롭지 않은 부분이다.
오바마 대통령과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 민주당의 수뇌부들이 돌아가며 두 지역 지원 유세에 나서고 있으나, 민심은 돌아선 형국이어서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정치적 패배가 임박했다는 게 중론이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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