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입자물리학의 메카인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한 물리학자가 테러조직 알카에다에 연루된 혐의로 프랑스 보안당국에 체포됐다.
프랑스 일간지 르 피가로는 9일 CERN의 알제리인 연구원(32)이 알카에다의 북아프리카 지역조직인 이슬람 마그레브의 알-카에다(AQIM)와 접촉한 혐의로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그는 테러조직에 몇몇 프랑스 목표물에 대한 공격을 제안한 혐의를 받고 있다.
CERN과 공동연구를 하는 외부연구소 소속이었던 용의자의 동생(25)도 함께 체포됐으나 혐의점이 발견 되지 않아 11일 석방됐다.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CERN은 우주를 구성하는 물질과 원리를 밝히는 기초과학 연구소이지만 핵물리학과 관련된 연구자료도 많기 때문에 핵무기 개발에 응용될 수 있는 자료들도 축적돼 있다.
특히 그가 '반(反)물질' 연구에 참여한 점 때문에 댄 브라운의 소설 <천사와 악마> 의 줄거리를 연상시킨다는 반응도 많다. 소설에서 CERN이 핵폭탄 이상의 폭발력을 보이는 '반물질'폭탄을 개발했으나 테러리스트에게 도난 당한다는 부분 때문이다. 천사와>
반물질은 우주탄생 시점인 빅뱅(Big Bang) 당시 물질과 대칭을 이뤄 생성됐다가 사라진 것으로, 반물질의 소멸 원인을 찾는 것은 우주탄생의 비밀을 푸는 주요 열쇠로 간주되고 있다.
CERN은 원주가 27km에 이르는 거대강입자가속기(LHC)를 작동해 원자를 충돌시켜 원자구성요소와 반물질 생성비밀을 연구하는데, 검거된 연구원은 2003년부터 반물질 소멸 원인을 연구하는 LHCb 실험팀에 있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반물질이 가속기에서 극미량이 생성됐다가 찰나의 순간에 바로 사라지기 때문에 반물질로 폭탄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롤프 호이어 CERN 소장도 9일 내부 직원들에게 보낸 회람을 통해 "검거된 연구원은 테러에 활용할 수 있는 어떤 것에도 접근하지 못했다"며 "CERN의 연구는 우주의 근원을 찾기 위한 것이며, 군사적 응용 가능성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