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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철탑 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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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철탑 공화국

입력
2009.10.12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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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시대다. 인간이란 배가 불러지면 그 다음은 문화생활을 원한다. 우리도 이제 먹고 살 만하니 곳곳에서 무슨 비엔날레니, 디자인 올림픽이니, 영화제니, 미인 선발대회니 하면서 시끌벅적하다. 당연한 현상이 아닌가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선진국이 되는 것이다.

미관과 자연을 해치는 살풍경

서양 선진국을 다녀보면 시골 풍경 그 자체가 마치 예술작품인 양 느껴질 때가 많다. 도시도 그런 곳이 많다. 과거에 잘 살았던 곳이 그렇고, 지금 잘 살게 된 곳도 그렇다. 아름다움을 만들고 유지하기 위해 정부가 나서서 많은 규제를 가하기도 한다. 몇 층 이상은 못 짓게 하고, 정해진 색깔 외에는 도색을 못하게 하기도 한다. 아름답게 꾸며 놓고 살자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이제 이 정도 소득이 되면 멋을 좀 부려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우리나라 여기저기를 여행하다 보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이 너무나 많다. 우선 시골 들판에 흉물스럽게 솟아 있는 고층 아파트는 소름이 끼칠 정도이다. 거기다가 어지럽게 널려 있는 대형 간판들은 도대체 생각들이 있는 사람들이 한 것인지 궁금할 정도이다.

그런데 또 한 가지 걱정스러운 것이 있다. 마치 도깨비 뿔처럼 산허리 여기저기에 솟아 있는 전기 철탑이다. 시골의 고층 아파트나 무질서한 간판들은 이미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아름다운 산의 곡선을 어지럽히고 있는 철탑에 대해서는 너무 무신경하게 지내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 우리나라는 산이 국토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세계적으로 아름다운 스카이라인을 자랑하고 있다. 그런 산의 중허리를 대형 철탑들이 헤집고 지나가니 그 모습이 얼마나 해괴하게 보이는가.

요즘은 새로운 모습을 가진 철탑까지 등장했다. 그 모습이 마치 뿔 달린 도깨비나 대형 로봇이 산에 우뚝 서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이왕 그 모형을 바꾸려면 예술적으로 디자인해서 자연 친화적으로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든다. 철탑은 산에서만 문제되는 것도 아니다. 평지에도 문제이고 주거지에서도 문제이다. 아름다운 모습으로 비치는 곳은 거의 없다.

우리가 질 좋은 전기를 값싸고 풍부하게 사용하는 대가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과거에는 전기가 부족해서 호롱불로 생활하기도 했다. 거기에 비하면 지금은 우리들이 전기의 혜택을 얼마나 많이 누리고 있는가. 그런 참에 그깟 철탑의 모습쯤이 뭐 그리 대수이겠는가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왕 잘 살게 된 마당에 환경도 아름답게 꾸며 놓고 살면 금상첨화 아닐까.

전국에 널려 있는 철탑을 지하로 넣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미관을 고려해서 여기 저기로 돌아서 배치하면 비용이 엄청나게 높아질 것도 틀림없다. 예산을 감안하면 지금과 같은 철탑 배치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면 돈이 좀 들더라도 시대에 맞추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돈이 덜 드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 과거에는 필요했기 때문에 청계천을 복개하고, 다시 그 위에 고가차도까지 세웠다. 그러나 이 시대에는 교통이 좀 불편하더라도 맑게 흐르는 개울이 더 필요하다. 그래서 청계천을 복원한 것이다.

디자인도, 설치장소도 바꾸길

이제부터라도 우리는 철탑 배치에 신경을 써야 한다. 아니 이미 그런 수준에 와 있다. 나중에 교정하려면 돈이 더 많이 든다. 지금부터라도 예산이 좀더 들어가더라도 국토를 아름답게 가꾸는 방향으로 철탑을 세웠으면 좋겠다. 우선은 철탑의 모양도 좀더 예술적인 모습으로 새롭게 디자인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세우는 장소도 예술성을 고려해서 정했으면 한다.

선진국이 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사소한 것까지도 개선되어야 선진국에 갈 수 있는 것이다. 선진국들은 이미 이런 일까지도 섬세하게 해결하면서 오늘의 수준에 이른 것이다.

최정표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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