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진행을 하면서 저도 애국자가 된 듯해요. 아리랑TV 설립 취지 자체가 국가홍보지만 예전에는 억지로 한다는 느낌이 강했어요. 요즘엔 초대손님이 한국에 대해 좀 좋지 않은 이야기를 꺼낼라치면 본능적으로 방어적인 말이 나와요."
외국어 종합편성채널 아리랑TV의 간판프로그램인 토크쇼 '하트 투 하트'(Heart to Heart)가 20일 방송 2,000회를 맞는다. 국내 방송 역사상 극히 드문 장수다. '하트 투 하트'와 동의어나 다름없는 진행자인 아리랑TV 앵커 안정현씨는 "한 우물을 계속 파 왔다는 것만으로도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하트 투 하트'는 2001년 10월 주 1회 방송으로 첫 전파를 탔다. 2002년 3월 주 5회 방송으로 바뀌면서 안씨가 진행자 바통을 이어받았고, 만 7년을 넘게 개근하고 있다. 그 사이 담당 프로듀서는 5번이나 바뀌었다.
그 동안 '하트 투 하트'를 방문한 손님은 줄 잡아 2,000여명. 2~3번 겹쳐 출연한 인사가 많았고, 동반 출연자도 꽤 있었다. 그 수많은 초대객 명단엔 영화 '007' 시리즈로 유명한 영국 배우 로저 무어, 한국이 낳은 세계적 지휘자 정명훈, 홍콩의 액션 배우 청룽, 프리마 발레리나 강수진 등 세계적 명사들이 올랐다.
지상파TV 등의 인기 프로그램에 비하면 국내 인지도는 별 볼일 없다지만 해외에서의 인기는 뜨겁다. 아리랑TV 홈페이지의 게시판에는 필리핀, 인도 등 세계의 네티즌이 남긴 댓글이 가득하다. 안씨는 "독일에서 사진이 함께 든 4장짜리 러브레터를 받기도 했다. 해외 초대 손님이 방송으로 나를 봤다는 말을 하기도 하는데 참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안씨는 2,000회까지 오게 된 원동력을 "설렘"이라고 했다. "매일매일 새로운 분을 만나고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즐거움과, '내일 출연자는 과연 어떤 분일까' 하는 궁금증, 기대감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안씨는 프로그램의 손님들로부터 "지식으로만 배울 수 없는 삶의 자세와 마음가짐을 배우게 된다"고 했다. "성공한 사람들이 어떤 과정을 거쳤고, 어떤 준비를 해왔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프로그램 인기의 비결인 듯하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는 "출연한 한 분 한 분이 다 큰 감동을 주었다"면서도 "장애를 극복한 미국 존스홉킨스병원 의사 이승복씨 등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새로운 1,000회를 도모하는 안씨의 꿈은 한국의 오프라 윈프리다. "오늘은 미국 대통령을 만나다가도, 내일은 빈민촌 사람을 초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맡아 출연자와 함께 눈물 흘리고, 같이 흥분할 수 있는 진행자가 되고 싶어요."
'하트 투 하트'는 2,000회 방송을 기념, 9일 오후 서울 밀레니엄힐튼호텔에서 역대 출연자들과 함께 다문화가정 돕기 경매행사를 연다.
라제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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