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일본 총리는 9일 청와대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갖고 북핵 문제의 해법으로 이 대통령이 제안한 '그랜드 바겐'(일괄타결 방안)이 필요하다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한일정상회담 직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두 정상은 북핵 문제와 관련해 근본적이고 포괄적인 해결 방안에 공감하고 일괄타결을 위해 긴밀히 협의키로 했다"며 "북한의 근본적인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말했다.
하토야마 총리는 "이 대통령이 주장하는 그랜드 바겐, 일괄타결 방안이 아주 정확하고 올바른 방안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지 의사를 밝혔다. 한일 양국 정상이 그랜드 바겐에 대해 원칙적 합의를 이룬 데 대해 10일 한∙중∙일 정상회담에서 중국측 반응이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또 "북한이 6자회담에 나오지 않으면 안되는 분위기가 국제사회에 형성되고 있다"면서 "북한이 북미회담을 통해서 6자회담에 나올 것이란 가능성을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토야마 총리는 한일 과거사 청산 문제와 관련, "소위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총리 담화의 뜻을 정부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중요한 생각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국민 이해를 얻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린다는 부분은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하토야마 총리는 재일교포의 지방참정권 문제와 관련 "적극적으로 결론을 도출하고 싶다"면서도 "그러나 국민 감정이 통일돼 있지 않아 이를 위해 내각에서 논의를 계속해 결론을 찾아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하토야마 총리는 일왕 방한 문제에 대해서는 "천황도 방한을 강하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면서 "고령이고, 일정 문제도 있어서 총리가 어디까지 관여할 수 있을지 하는 문제도 있다. 간단히 말할 수 없는 환경이란 것도 이해해달라"고 밝혔다.
하토야마 총리가 과거사나 재일동포 참정권 문제, 일왕 방한 등에 대해 대체로 신중한 입장 속에 원칙적 수준의 답변을 내놓자 우리측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대통령과 하토야마 일본 총리는 이날 정상회담 직후 오찬을 함께 한 뒤 한∙중∙일 정상회담 참여를 위해 중국 베이징(北京)으로 출국했다.
두 정상과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10일 열리는 3국 정상 회담에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공조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또 이날 오후 원자바오 총리와 별도의 양자회담을 가진 뒤 귀국한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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