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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나눔-희망이 곁에 있습니다] <70> '화합의 마을'서 행복 찾은 김철수씨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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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나눔-희망이 곁에 있습니다] <70> '화합의 마을'서 행복 찾은 김철수씨 가족

입력
2009.10.12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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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이 한 칸 늘었다고 생활이 과연 얼마나 달라졌을까 싶으시겠지만, 한방에서 부대끼던 아이들이 '집이 운동장 같다'며 뛰노는 모습을 지켜보는 벅찬 감동은 겪어보지 못한 분은 모를 겁니다."

어려서 앓은 골수염으로 다리를 저는 김철수(57)씨와 고교 시절 겪은 철도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돼 의족에 의존하고 있는 이문숙(35)씨 부부는 빙그레 등의 기업 후원으로 한국해비타트 천안아산지회가 마련한 보금자리 충남 아산시 '화합의 마을'에 입주한 지난해 11월 8일을 잊지 못한다.

평탄한 듯 보이는 생활 중에도 가끔씩 불거져 나오곤 했던 우울함을 완전히 떨쳐낸 날이기 때문이다. "신체의 불편이 삶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막상 넉넉지 못한 경제 형편 때문에 아이들이 좁은 집에서 편히 못 자는 걸 보니 정말 가슴이 아팠다"는 게 남편 김씨의 말이다.

특히 철도 사고의 충격으로 한 동안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던 아내 이씨에게 세 자녀는 "존재의 이유"였다. 이씨는 "삶의 희망인 아이들이 편히 쉴 공간조차 마련해 주지 못한다는 사실에 부모로서 자책을 느끼곤 했다"고 말했다.

자그마한 방 한 칸짜리 영구임대아파트에서 살았지만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이들 부부는 2년 전 셋째를 임신하면서부터 주거 공간의 고민을 안게 됐다. 이것이 삶의 비애로까지 확장돼, "한국해비타트에 입주 신청을 하고 결과 통보를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고통스러웠다"는 게 김씨의 말이다.

"입주할 수 없게 되면 어쩌나 싶어 너무 조마조마했거든요. 삶에 큰 욕심이 없어 신체 장애가 그리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았었는데 처음으로 제 처지를 비관하게 됐어요. 다섯 식구가 한데 엉겨 생활하다 보니 깊이 잠들지 못해 새벽마다 잠을 설치는 아이들의 모습이 안타까웠죠."

특히 매년 1세대 건축비 7,000만원을 한국해비타트에 지원하는 빙그레 덕분에 김씨는 매월 15만원씩만 납입하면 현재 거주하는 집의 소유자가 된다. 비용은 비슷할지 몰라도 영구임대아파트에 살 때와는 전혀 다른 입장이 된 것이다.

"처음 '화합의 마을'에 입주할 때 이사 비용까지 포함해 500만원도 채 들지 않았어요. 사글세도 얻지 못할 돈이죠. 게다가 일정한 납입금을 20년 동안 내면 내 집이 되는 거니까 나라도 못 해 주는 일을 기업들이 해 준 셈이에요."

김씨가 강냉이 장사로 번 돈으로 다섯 식구가 근근이 살고 있지만, 이런 도움의 손길이 있어 이들의 삶에는 항상 기쁨이 넘쳐 난다. 아이들도 달라졌다. 아이들은 거의 날마다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한다. "어린이집을 차려야 하나 싶을 정도"라는 아내 이씨의 말에선 무언가 모를 여유가 묻어났다.

"냉장고에 아이스크림이라도 사다 채워 놓을라치면 정작 우리 아이는 먹지 못할 때도 많다"는 김씨는 "조금 귀한 음식은 아예 숨기기도 한다"며 배시시 웃었다.

물론 이들 가족이 이렇게 행복을 되찾은 이유는 단순히 보금자리가 넓어져서만은 아니다. 정서상의 변화도 빼놓을 수 없다. 한국해비타트의 커뮤니티 내에는 지역아동센터와 함께 마련한 교육 기관 '무지개학교'가 들어선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옛날 시골 마을에서처럼 자연스럽게 지식과 예의를 함께 배운다. 그러니 아이뿐 아니라 어른들도 평온한 감정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아내 이씨의 경우 과거에 정신분열증을 앓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밝고 쾌활했다.

요즘은 노래 부르는 취미에 빠졌다고 했다. "평소에 노래방을 좋아하는데 방이 2개니까 노래방에 간 것처럼 건넌방에서 혼자 노래를 부르곤 해요. 가사는 인터넷으로 찾아보죠. 요새는 SG워너비의 '라라라'에 빠져 있어요."

남편 김씨가 몰입하게 된 일은 텃밭 가꾸기다. 처음 시도한 올해는 채소와 과일을 너무 빼곡하게 심어 수확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이내 "내년엔 더 잘할 수 있을 거에요"라며 마음을 다잡았다.

부부는 "감사하다"는 말을 수차례 반복했다. 김씨는 "해비타트 거주지 입주가 결정되면 의무로 참여해야 하는 400시간의 해비타트 봉사 활동을 하게 될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면서 "작년에 함께 봉사 활동을 하면서 아이스크림까지 준비해 왔던 빙그레 직원들 생각이 많이 난다"고도 했다.

아내 이씨는 최근 근심거리가 생겼지만 새 보금자리에서 얻은 행복의 기쁨이 충만해 일부러 감정을 억눌러야 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친정 어머니가 최근 자궁경부암 진단을 받고 병원에 입원 중이란다.

그래도 "마음의 평안해서인지 어머니의 병세도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된다"는 그는 "이제 나들이는 줄이고 기도하러 성당에 자주 나가 봐야 할 것같다"고 말했다.

따뜻한 보금자리에서 원 없이 세 자녀의 재롱을 보며 지낼 수 있게 된 김씨와 이씨의 희망은 이제 한가지다. 체력이 허락하는 한 열심히 일해서 아이들이 중ㆍ고등학교에 진학했을 때 해 줄 수 있는 것은 다 해주는 것이다.

여기에 한 가지 더한다면 공부보다는 봉사에 관심을 갖는 아이로 키우는 일이다. "이제 살 곳이 해결됐으니 조금씩이라도 돈을 모으게 되면 저부터 사회에 환원하려고 해요. 그래야 또 저희 가족처럼 축복 받은 삶을 사는 사람들이 늘어날 테니까요."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 어린이 위한 봉사 지속해온 빙그레

요플레, 바나나맛우유가 대표 상품인 빙그레의 사회 공헌 활동은 어린이 관련 사업에 초점을 두고 있다.

어린이 권익 보호 단체 세이브더칠드런, 무주택 서민의 주거 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하는 한국해비타트, 식품지원 복지서비스 단체 푸드뱅크 등을 후원함으로써 어린이가 꿈을 이룰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어린이들의 삶의 질을 중시하는 빙그레는 우선 세이브더칠드런을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 1953년 한국에서 활동하기 시작한 세이브더칠드런은 국내외 아동의 건강과 보건, 의료, 교육을 비롯해 아동 학대 예방 사업, 결손 빈곤 가정 어린이 지원 사업, 아동 권리 교육 사업 등을 펼쳐온 아동권리전문 기관.

빙그레는 매년 빈곤가정 어린이 지원 기금을 지원하는 한편 아동 문제의 대중적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자사의 아이스크림 브랜드 투게더를 활용한 '사랑의 동전 모으기' 캠페인을 열기도 했다.

무엇보다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국내외 빈곤층 어린이들을 위해 아동 안면성형을 지원하는 데 적극 나서고 있다. 더불어 의료시설 미비로 치료가 어려운 제3세계의 심장병 어린이들이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의료 인프라 구축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해비타트도 빙그레가 지원하는 대표적인 공익단체다. 2001년 김호연 전 회장이 가족과 함께 강원 태백 지역의 해비타트 행사에 자원봉사자로 참가한 게 계기가 돼 전 임직원에게 확산됐다. 직원들 사이에 해비타트 운동에 참가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2002년부터 전 임직원이 참여하는 전사적인 봉사활동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이에 따라 땀 흘리는 봉사가 때로 노사화합을 이끄는 촉진제 역할을 하기도 했다. 2004년에는 노사 합동으로 몽골에서 해비타트 활동을 벌였는데, 특히 이때는 임직원뿐 아니라 고객들과 함께 자원 봉사단을 구성, 활동의 폭을 넓혔다. '빙바(빙그레 바나나맛우유) 자원봉사단'으로 이름 붙여진 연합 봉사단은 대학생 고객과 빙그레 임직원들로 구성됐다.

지난 8월에도 40여명이 충남 천안의 '희망의 마을'에서 봉사활동을 실시했다. 빙그레는 1세대 건축비 7,000만원을 포함해 작업복, 안전모 등 현장에서 필요한 물품까지 약 1억5,000만원 상당을 지원하고 있다. 또 여름 휴가철에 진행되는 '번개건축기간'에는 더운 날씨에 고생하는 봉사자들을 위해 아이스크림과 유제품을 지원한다.

푸드뱅크에는 2001년부터 특정 브랜드 판매수익금 중 일부를 지원하는 형식으로 참여해 왔다. 2004년부터는 기업 성장과 더불어 사회적 책임을 더욱 확대한다는 차원에서 적용 브랜드와 금액을 늘리고 있다.

그밖에 임직원들의 자원봉사에 대한 재정적, 행정적 지원을 강화해 임직원들의 자원봉사 참여를 유도하면서 자원봉사 동우회를 중심으로 직원들이 격주로 노숙자 무료 배식 봉사와 연탄 나르기에 나서는 등 봉사하는 기업문화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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