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저출산 현상의 핵심 원인은 출산 연령대 여성의 미혼율 증가인 것으로 분석됐다. 기혼자들의 출산 의지도 문제지만 결혼 자체를 하지 않는 여성들이 늘어나면서 전체 출산률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통계가 나왔다.
통계개발원이 11일 발표한 '한국의 차별 출산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00~2005년 미혼 여성 비율은 25~29세가 39.7%에서 59.1%로, 30~34세가 10.5%에서 19.0%로, 35~39세가 4.1%에서 7.6%로 5년 새 2배 가까이 늘어났다. 특히 대도시 지역의 미혼율이 심각해 ▲서울 강남구(21.0%) ▲대구 중구(20.8%) ▲부산 중구(18.1%)가 상위 1~3위를 차지했다.
미혼여성들이 몰려 있는 대도시 지역의 출산율이 낮은 것은 당연하다. 2000~2007년 시군구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 분석결과, 21개의 대도시 자치구가 하위 30위권에 상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도별로는 2007년 현재 부산이 1.02명으로 최저였고, 서울이 1.06명으로 뒤를 이었다. 높은 곳은 전남(1.53명)과 충남(1.50명) 등이었다.
결혼하지 않은 여성 중에는 고학력ㆍ전문직이 많았다. 40~44세 대학원졸 비율은 미혼 여성이 5.2%로 같은 연령대 기혼 유자녀 남성(4.1%)보다 높았다.
경제활동참가율은 25~29세가 78.3%, 30~34세가 76.7%로 같은 연령대 기혼유자녀 여성(각각 25.7%와 33.8%)보다 훨씬 높았으며, 30~34세는 관리ㆍ전문직과 사무직 비율이 24.7%로 기혼유자녀여성(9.7%)의 2배 이상이었다.
하지만 결혼한 이후에는 교육수준과 경제활동 참가 여부가 출산기피에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그동안 OECD 국가들이 여성의 취업률과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높은 출산율을 보이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여성의 고학력화와 경제활동 참여 증가에 따라 출산율이 감소하는 것으로 설명해왔다.
그러나 출산이 최종 종료된 40~44세 여성의 학력별 평균 출생아 수는 1.85~2.10명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직업별로도 관리ㆍ전문직이 1.89명, 농림어업직 2.33명으로 크게 차이 나지 않았다.
통계청 관계자는 "도시 여성의 미혼 비율 급증은 '농촌 총각' 문제만큼이나 심각하다"며 "기혼여성의 출산율 조절만으로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실제 통계개발원의 시뮬레이션 결과, 여성 미혼율이 10% 증가하면 기혼자의 출산율이 유지되더라도 합계출산율은 10%가량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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