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주부이자 세 아이의 엄마이다 보니 한국어 공부에 더 많은 시간을 내지 못하는 것이 아쉬워요."
호주 대학에 유학 온 한국 남성과 결혼해 3남매를 낳고 시드니 근교에 살고 있는 호주 여성 레베카(35)씨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자신이 앞서 한국어를 배워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9일 한글날을 맞아 호주한국학교(교장 상선희)는 현지 우리 동포 어린이들 틈에 끼어 한국어 배우기에 나선 레베카씨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레베카씨의 가족은 현지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남편 조국현(40)씨와 에이미(한국명 영옥ㆍ7), 플린(영학ㆍ6), 몰리(영선ㆍ4) 등 세 자녀. 레베카씨는 매주 토요일 남편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1시간 정도 달려 시드니 북부에 위치한 페넌트힐스의 호주한국학교로 통학한다.
학교에서 에이미와 플린은 초등학생 초급반 격인 '파랑새'반에, 그리고 레베카씨는 한 단계 높은 '까치반'에 다니고 있다.
레베카씨 가정의 일상 용어는 영어. 그러나 아이들이 자라면서 또 다른 언어를 배우는 것은 유익한 일이고, 특히 아빠가 한국인이니 더욱 좋은 기회라는 생각에서 온가족이 함께 한국어를 배우기로 결정한 것이다.
레베카씨는 "많은 한인 학생 친구들을 사귀게 되었다"며 "같은 반 꼬마 급우들이 많이 도와주려 한다"고 그녀는 전했다. 아랫반의 에이미와 플린 남매도 다른 한인 학생들과 친하게 지내며 즐겁게 한국어 공부를 하고 있다.
타스마니아 출신의 레베카씨가 강원도 출신인 남편 조씨를 만난 것은 17년 전인 1992년 뉴사우스웨일즈주 아미데일의 뉴잉글랜드대 기숙사에서 였다. 이후 두 사람은 연애를 거쳐 2000년 10월 서울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충북 월악사로 신혼여행을 다녀왔다. 레베카씨는 이 때를 포함해 그 동안 한국에 두 번밖에 못 가봤지만 매우 좋은 인상을 갖고 있다.
레베카씨 가족은 3~4년 후 아빠의 나라에 가서 2년 정도 살 계획이다. 레베카씨는 "한국에 있으면서 한국문화나 예절 등 많은 것을 배우고 싶다"며 "또 한국어 실력도 많이 좋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국일보 호주지사 고직순 기자 sydko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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