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프로그램이 다 있다. 만천하에 부부 둘만의 문제를 까발리는 것이다. 연예인이 아니라 일반인이라는 사실이 더 놀랍다. 4주 동안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부부 관계가 회복되어가는 과정을 화면에 담았다. 결혼 일 년도 되지 않은 부부에게 갈등이 찾아왔다. 불화의 원인은 바로 '당구'. 남편은 퇴근 후 당구를 즐기느라 귀가가 늦어진다. 부인은 남편을 기다리다 지쳐간다.
밤 늦게 돌아온 남편에게 부인이 소리 지른다. "당구 쳤지?" 남편은 맥주 한 잔 했다며 발뺌을 한다. 당구나 오토바이, 자전거…… 술과 여자뿐 아니라 부인들이 경계해야 할 대상들이 자꾸 늘어만 간다. "당구 쳤잖아?" 부인의 분노에 찬 목소리에 순간 뜨끔했다. 그 목소리가 웬지 낯설지 않다. 아니나다를까 아이 방문이 빼꼼 열리더니 동그란 아이의 눈이 거실을 살핀다. 누군가를 추궁하는 그 목소리, 바로 제 엄마의 목소리인 줄 알았던 것이다.
치유의 과정으로 부인의 속에 있는 화를 풀어내는 과정이 있다. 전문가가 끈의 한쪽을 잡고 다른 한 끝은 부인이 잡았다. 부인은 끈을 당기고 끌려가기도 하면서 버둥댄다. 부인은 자꾸 끈을 놓아버리고 싶다고 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악다구니를 쓰던 부인이 금방 녹초가 되었다. 그런데 그 모습에서 나와 큰애는 동시에 울었다. 그 울화와 울분, 우리 속의 또다른 우리 모습이었던가보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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