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훈 지음/레디앙 발행ㆍ244쪽ㆍ1만2,000원
"경력과 스펙 관리라는 틀에 갇힌 대학생들은 그야말로 '공포'를 내면화한 존재다. 그들은 지나치게 겁에 질려 있고, '쫄아'있다."
경제학자 우석훈씨의 진단이다. <88만원 세대>를 통해 한국의 20대가 처한 암울한 상황을 사회적 이슈로 만든 그가 이번엔 한 가지 탈출구를 제안한다. 잔뜩 '쫄아'있는 20대의 손에 우씨가 쥐어주는 것은"늙지 않는 파토스", 혁명이다.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 는 저자가 2008년 연세대와 성공회대에서 진행한 수업에서 학생들과 주고받은 대화를 뼈대로 쓴 책이다. 저자는 대화의 성격을 이렇게 설명한다. "아주 운동권은 아니고 그렇다고 '삼성에 취직하면 된다'고 하는 삼성파들도 아닌 그런 수준의 학생들과, 지금과 다른 세계를 어떻게 구성할지에 대해 나눈 이야기들이다." 혁명은>
우씨가 주장하는 혁명은 1980년대식의 비장한 투쟁과는 거리가 있다. 그는 마르크스가 아니라 명품 브랜드로 잘 알려진 가브리엘 샤넬(1883~1971)의 예를 든다. 샤넬은 몸을 옥죄던 옷에서 여성을 해방시키고 장식을 배제한 활동적 옷, 오늘날 샤넬 스타일로 불리는 옷을 만든 인물이다. 시민단체와 정치 활동에 적극 참여할 것을 주문하며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역사 속에 아픔만 남겨둔 채 사라진 혁명이 아니라 샤넬과 같은 성공적 혁명"이다.
그리고 침묵하는 다수를 이루고 있는 20대들이 스스로 혁명의 주체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신자유주의 물결에 삶의 기반을 침식당하고 있는 사회적 주체들이 구심점 없이 뿔뿔이 흩어져 있는 현실 때문이다. "70년대를 가슴에 담고 사는 사람, 80년대를 끌어안고 사는 사람, 가슴에 담을 시대가 전혀 없는 사람 등… 우리가 문득 '같은 세계에 살고 있다'고 절감하는 순간은 텔레비전에서 이명박을 볼 때뿐 아닐까. 이런 일이 아니고선 우리는 섬처럼 흩어져 외롭게 살고 있다."
저자는 한국의 대학생을 딱 두 부류, '절망하는 존재'와 절망도 하지 않는 '절망적인 존재'로 나눌 수 있다고 말한다. "진(陣)도, 지휘자도, 영웅도 없이" 웅크려있는 20대에게 혁명이라는 단어의 생동감을 들려주고 싶다는 것이 저자의 바람이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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