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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교수대 위의 까치' 끝없는 상상력 '12가지 그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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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교수대 위의 까치' 끝없는 상상력 '12가지 그림 이야기'

입력
2009.10.12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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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중권 지음/휴머니스트 발행ㆍ265쪽ㆍ1만5,000원

이 책은 미학자 진중권씨의 그림 해설서다. 그는 중세와 르네상스 시기 화가들의 대중적으로 덜 알려진 작품 12점에 대한 '독창적 그림 읽기의 범례'를 보여준다.

프롤로그에서 그는 에니그마(enigmaㆍ수수께끼) 같은 작품, 어원 그대로 '어둡게 말하는' 작품의 지적 자극에 끌리는 편이라며 "(작품 속 수수께끼는 해독되기를 기다리는) 메시지가 아니라 (수수께끼) 생성기에 가깝다"고 적었다. "진정한 의미의 감상은 작품을 통해 누구도 던지지 않았던 새로운 물음들을 생성시키는 것이어야 한다."

그의 지상(紙上) 갤러리 입구에 걸린 작품은 프라 안젤리코의 '조롱당하는 그리스도'(그림)이다. 20세기 초현실주의의 해체기법을 방불케 하는 이 15세기 작품에서 저자는 허공에 떠 있는 4개의 손과 침 뱉는 얼굴의 수수께끼를 당대의 설명적인 다른 그림들과 도상해석학의 도움을 받아 푼다.

그런 뒤 서사의 전달에 필요한 최소한만 남기고 나머지는 생략함으로써 보는 이의 상상력을 더 풍성하게 한 중세의 미학을 소개한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정작 그를 사로잡은 것은 얼굴을 가린 하얀 천 뒤로 희미하게 내비치는 예수의 눈매다. "수건에 새겨진 윤곽을 통해 드러나는 예수의 두 눈은 지그시 감겨 있다. 감추어지면서 동시에 드러나는 이 눈매의 표정은 모나리자의 미소 못지않게 신비한 느낌을 준다… 지그시 감은 그 그윽한 눈매는, 그가 언젠가 자신을 핍박하려던 사람들에게 이른 것처럼, 우리에게 이렇게 묻는 듯하다 – 어떤 일로 나를 치려 드느냐."

프롤로그를 지난 뒤로는 현실 정치ㆍ사회의 맥락에 놓일 만한 그 어떤 언급도 이 책에는 없다. 하지만 날랜 낭인 무사의 칼날 같은 문장으로 시대의 최전선을 누벼온 저자다. 그가 예수의 눈매에서 읽어낸 '푼크툼'(punctumㆍ작품에 대한 일반적 해석의 의미가 아닌 개별적으로 감지하는 의미를 일컫는 롤랑 바르트의 용어라고 한다)을 독자들이 현실의 맥락 속에 투영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 '그림 읽기'는, 그가 세상에 대해 최소한으로 이야기함으로써 그 메시지를 더 진하게 전하는, 요컨대 세상 읽기의 알레고리라 해도 무방할 듯하다.

최윤필 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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