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은 재개되는가? 우여곡절은 예상되나, 올해 안에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0월 5일 밤 원자바오 중국 국무원 총리와의 회담에서 북미 양자회담을 통해 적대관계를 평화관계로 전환하고, 북미회담 결과를 보고 다자회담을 진행하며, 다자회담에는 6자회담도 포함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새 전환점 맞은 북핵 문제
북미가 처음 제대로 된 대화에 나선 만큼 판을 깨는 상황은 없을 것이다. 6자회담은 절대 안 하겠다는 기존 입장에서 김위원장이 직접 6자회담을 언급했다는 것은 큰 변화다. 진일보한 것이다.
일부에서는 북미 양자회담에서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6자회담 자체가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회의론이 솔솔 새나오고 있다. 조건부여서 특별한 의미 부여를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리 있는 얘기다. 북미간 초반 갈등은 불가피할 것 같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발언은 일단 대미협상에 앞서 최대치를 제시한 전술적 측면이 크다. 궁극적으로 북한이 목표로 하는 북미관계 정상화와 대규모 경제지원을 받기 위해서도 6자회담 틀을 비켜가기 어렵다. 결국 북한은 6자회담을 선택할 것이다. 이제 북핵문제는 새로운 전환점에 접어든 느낌이다.
이번 북중 정상회담은 몇 가지 점에서 특별한 결과를 내놓았다. 우선, 그 동안 안개 속에 싸였던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회담 형식이 윤곽을 잡았다는 것이다. 북한은 양자 또는 다자회담 참여라는 모호한 입장에서 양자대화에 이어 6자회담을 포함한 다자회담에 참여한다는 것을 밝혔다. 회담 수순이 보다 명확해졌다. 북미 양자대화가 이뤄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회담 형식과 관련한 논의는 사실상 마무리됐다. 이제 김 위원장의 발언을 통해 안개가 걷히고, 구체적인 테이블, 시간표들을 만들 수 있게 됐다.
중국의 무상원조를 포함한 대규모 대북지원 약속도 주목할 만하다. 국제사회가 유엔 안보리 결의안 1874호로 대표되는 대북 제재에서 대화로, 압박에서 협상으로, 채찍에서 당근으로 국면을 전환시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실효성 측면에서 중대한 기로에 서게 됐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는 중국의 이탈로 인해 그 필요성이 급격히 약화될 수 있다. 2006년 2ㆍ13합의는 안보리 결의안 1718호를 무력화시킨 경험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유엔을 통한 국제사회 제재전선의 해체까지 갈 수 있는 중국의 대북 무상원조는 미국의 묵인 또는 비공식적 협조 속에 진행된 것으로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이에 대한 논란은 크지 않을 것이다.
김 위원장의 건강에 문제가 없다는 점이 재차 확인된 것도 중요한 결과다. 김 위원장이 원자바오 총리를 순안공항까지 나가 파격적으로 영접한 것은 자신의 건강을 전 세계에 과시하는 차원에서 만든 정치적 이벤트였다. 물론 원 총리에 대한 김 위원장의 예우를 표현하기 위한 측면도 중요하게 작용했다.
전 세계 언론의 앵글을 순안공항에 맞춰 놓고, 야외행사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은 확실히 김 위원장의 건강문제에 대한 의구심을 제거하는 것이었다. 김 위원장은 쐐기를 박고 싶었을 것이다. 북한은 김 위원장의 건강에 문제가 있어, 정치적 혼란에 빠지면 북한이 손들고 나올 것이라는 기대는 이제 사라질 것 같다.
북미 양자대화 곧 열릴 듯
김 위원장의 발언으로 조기에 북미 양자대화가 개최될 여건이 마련되고 있다. 10월 내 개최 가능성이 현실화되고 있다. 첫 양자대화부터 북미가 판을 깨기에는 서로 부담이 클 것이다. 양자대화에서 큰 틀의 합의가 이뤄진다면, 11월 안에 6자회담이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그 중간에 남북한과 미중이 참여하는 4자회담 또는 북미중 3자회담 등 다자회담 가능성도 있다.
여러 난관이 있지만, 올해 안에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흐름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국제사회가 채찍에서 당근으로 대북정책을 전환시키고 있다. 한국도 대북, 북핵정책의 전환을 진지하게 검토할 시점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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