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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퍼니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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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퍼니 게임'

입력
2009.10.08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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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트를 매달고 고속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안에 차분하고 평화로운 클래식 음악이 넘실거린다. 휴양지로 향하는 차 안에서 단란하고도 달콤한 여름 휴식을 꿈꾸는 조지(팀 로스)와 앤(나오미 와츠) 가족의 심리 상태를 반영하는 선율이다.

느닷없이 스크린을 채우던 클래식 음악을 헤집으며 날카롭고 신경질적인 헤비메탈 음악이 끼어든다. 영화는 그렇게 한 가족에게 다가온 출구 없는 불행을 예고한다.

휴양지에 도착한 부부는 이웃의 시큰둥한 반응에서 심상치 않은 공기를 느낀다. 저녁 무렵 말쑥한 차림의 청년 피터(브래디 콜벳)가 이웃이 보냈다며 달걀을 빌리러 오면서 평화로운 일상에 균열이 인다.

피터는 앤의 휴대폰을 의도적으로 물에 빠뜨리고, 달걀을 깨뜨리며 앤의 신경을 긁는다. 마침내 앤과 남편 조지가 분노를 터뜨리자 피터와 그의 동료 폴(마이클 피트)은 감춰진 마성을 아주 친절하게, 매우 신사적으로 드러낸다.

그리고 폴과 피터는 조지 가족에게 서서히 죽음의 게임을 제안한다. 과연 이 '웃기는 게임'(영화 제목이다)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조지 가족은 대부분의 할리우드 스릴러 영화처럼 죽음의 위기로부터 극적으로 탈출할 수 있을 것인가.

'퍼니 게임'은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영화다. "왜 이러는지 우리도 모른다"며 한 가정을 파괴하는 사이코패스 두 청년의 행태가 보는 이의 신경을 곤두서게 만든다. 스티로폼으로 벽을 긁는 듯한, 소리의 긴장감이 스크린을 지배하고, 칼과 총과 골프채 등 다양한 도구가 살인과 폭력의 도구로 등장한다.

그러나 '퍼니 게임'은 헤모글로빈이 넘쳐나는 폭력미학의 영화는 아니다. 폭력이 행해지는 장면에서 카메라는 눈을 감거나 고개를 돌린다. 그럼으로써 더 많은 것을 보여주고 더 큰 충격을 던진다. 생략과 함축의 전략을 택하며 피칠갑을 예사로 여기는 할리우드 영화 공식을 희롱한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거장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동명 원작(1997년)의 제작 10주년을 맞아 2007년 영어판으로 다시 만든 영화다. 오스트리아에서 미국으로 배경을 바꾸고, 유명 배우의 연기로 인물을 새로 그렸지만, 메가폰은 여전히 하네케가 쥐었다.

하네케는 대중적인 지명도가 낮지만 이미 여러 영화제 등에서 그 진가를 인정받은 세계적 대가. 제자와 사랑에 빠진 한 여교사의 내면을 들춘 '피아니스트'로 2001년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 과거의 비밀 때문에 무너지는 한 가정을 그린 '히든'으로 2005년 칸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했다.

그는 1차 세계대전 당시 오스트리아의 한 초등학교를 통해 파시즘의 근원을 들여다본 '하얀 리본'으로 올해 칸영화제 대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영화적 정점에 올랐다. '퍼니 게임'은 하네케라는 이름만으로도 볼 가치를 지닌다. 더구나 영화를 공부할 사람이라면, 영화로 밥벌이를 할 사람이라면 꼭 봐야 할, 교과서 같은 영화다. 원제 'Funny Game US'. 8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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