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가 국제사회에서 '출구전략 국제공조'를 거듭 주창했지만, 자칫 우리 경제운용에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현재 호주의 금리인상을 신호탄으로 상당수 국가들이'출구'를 향해 각개약진 채비를 서두르고 있는 상태. 하지만 전 세계에서 가장 회복이 빠른 국가 중 하나인 우리나라는 스스로 쳐 놓은 '국제공조의 덫'에 발목이 잡힐 경우, 금리인상 타이밍을 실기해 결과적으로 자산 버블 등 큰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 호주에 이어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있는 국가로 한국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대만, 인도, 중국, 뉴질랜드, 노르웨이 등을 거론했다. 이 신문은 특히 한국에 대해"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기 회복세를 보이는데다 자산 가격과 원화 가치가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는 측면에서 금리 조기 인상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자칫 공허할 수도 있는 출구전략 국제공조론에 강하게 집착하며 "아직은 출구전략을 시행할 때가 아니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6일(현지시간)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 기조연설에서 "출구전략의 준비는 하되 분명한 회복 단계에 이르렀을 때 시행돼야 한다"며 "IMF는 출구전략의 기준을 제시하고 감시활동을 강화해 국제공조를 실현해야 한다"고 밝혔다.
세계 각국이 중구난방으로 금리를 올릴 경우 글로벌 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으니 경기 회복이 확실히 확인될 때까지는 다 같이 금리 인상을 자제하자는 것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국제공조의 필요성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국제사회 전면에 나서서 국제공조론을 주창해 온 우리 정부로선 적기에 금리인상을 단행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물론 정부 고위 당국자는 "국가별 상황에 맞게 공조를 하자는 것이지 일률적인 시기에 금리를 올리자는 것은 아니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하지만, 대외적으로 정부가 국제공조를 외치는 마당에 한국은행이 국내경제상황을 이유로 나 홀로 금리 인상을 단행하기엔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박종규 국회예산정책처 경제분석실장은 "입구전략이야 각국이 절박한 상황에서 공조가 가능했지만 위기를 극복하고 난 뒤의 출구전략은 실질적 공조가 사실상 불가능할 수 있다"며 "결국엔 세계 각국이 자국 실리를 챙기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만 스스로 주창한 국제공조 명분에 얽매이게 돼 출구전략 타이밍을 놓칠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윤석헌 한림대 경제학과 교수도 "경기 회복 속도가 느린 선진국들이야 가급적 국가간 공조를 통해서 출구전략을 늦추길 희망하겠지만, 우리가 총대를 메고 선진국들의 이해를 대변할 이유는 없다"고 지적했다. 국제사회에서 아젠다를 선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칫 국익과 상충될 소지는 없는지 득실을 신중히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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