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에게는 내 명의의 휴대폰이 있다. 매달 요금청구서가 내게로 발송된다. 아무에게도 전화를 걸지 않는 듯 늘 기본요금 수준이다. 보낸 문자 수라야 한 달에 한두 건, 없는 달도 허다하다. 하지만 아버지가 휴대폰을 만지작거린다는 건 짐작할 수 있다. 아주 적은 금액의 부가서비스료가 바로 그 증거인데 어쩌다 잘못 눌러 인터넷과 연결되면 화들짝 놀라 끄는 모양이다. 문자에 서툰 아버지는 우리 큰애가 외갓집에 갈 때마다 문자 심부름을 시킨다.
대부분 안부 문자가 몰리는 명절 전후로 아버지는 그 어떤 친구들보다 긴 문장에 이모티콘까지 주렁주렁 달아야 직성이 풀린다. 몇 달 전부터 가끔 막내에게 아버지로부터 문자가 온다. 메시지는 짤막하다. 연락 바랍니다. 누군가에게 보내는 메시지일 텐데 휴대폰 사용에 서툰 아버지가 자꾸 엉뚱하게 동생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동생은 그 사실을 아버지에게 말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니 아버지는 메시지를 받고도 답장을 하지 않는 매정한 그 누군가를 향해 계속 신호를 보내고 있는 셈이다. 연락 바랍니다. 연락 바랍니다. 언제부턴가 아버지는 우리들이 집에 가도 안방에서 나오지 않는다. 허리는 점점 굽고 는 건 잠뿐이라며 어머니는 안방을 향해 눈을 흘긴다. 그런 아버지가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짧고 간절한, SOS 신호 같은 그 문구를.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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