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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바이러스·박테리아의 역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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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바이러스·박테리아의 역습

입력
2009.10.08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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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 의료계가 최근 비상에 걸렸다. 신종플루가 세계적 대유행을 일으키며 유례없는 행진을 벌이고 있는 데다 성형외과 개원가에서는 병원 감염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연이어 나타났기 때문이다.

신종플루이건, 병원 감염이건 모두 병원성 미생물에 의해 발생하다. 병원성 미생물이 위험하다고 표현하는 의미는 그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항생물질이 없거나 쉽게 구할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그 중 병원 감염은 인간이 자초한 인재라고 할 수 있다. 병원 감염을 일으키는 병원성 세균은 1961년 영국에서 MRSA라는 이름으로 처음 보고됐고, 96년 일본에서는 VRSA로 보고됐다. 항생제는 병원균에 의한 감염증을 치료하는 약으로, 감염 증세에 뛰어난 효능을 보인다.

그러나 항생제를 자주 사용하면 병원균이 항생제에 스스로 저항하는 힘을 기르게 돼 내성이 점점 더 강해지고, 이 때문에 더 강력한 항생제를 사용하게 된다. 그러다 결국은 어떤 강력한 항생제에도 저항하는 박테리아가 생겨나는데 이를 슈퍼박테리아라고 한다.

현재까지 개발된 항생제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항생제는 반코마이신으로, 50년대 이후 황색 포도상구균의 중증 감염증을 치료하는 데 사용해 왔다. 그러나 96년 이 항생제에도 강한 내성을 보이는 VRSA가 발견됐다.

이후 2002년 영국의 과학자들이 항생제를 제조할 때 널리 사용되는 토양균인 스트렙토마이세스 코엘리컬러의 유전자지도를 완성함으로써 항생제에 대한 슈퍼박테리아의 내성 문제를 해결할 단서를 마련했다.

미국에서도 슈퍼박테리아 병원균에 항생제 저항성을 부여하는 핵심 유전자를 밝혀내는 등 슈퍼박테리아 퇴치를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항생제의 남용과 오용으로 인한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고 우려한다. 이 슈퍼박테리아를 퇴치한다고 해도 또 다른 슈퍼박테리아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수많은 공포 영화에서 경험했듯이 항생제로 공격받은 세균들이 진화해 다시 인간을 공격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고배율 현미경으로 봐야 형태를 가늠할 수 있을 만큼의 미물이 자신보다 수백 배는 큰 '골리앗'인 인간을 쓰러뜨릴 지도 모른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최근 유명을 달리한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도 거듭된 항생제 사용으로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이들 항생제에 저항성을 가진 신종 세균인 슈퍼박테리아의 공격을 받았다. 바이러스도 수 많은 백신들이 개발됐지만 어느 새 내성을 가진 신종 바이러스가 출현하고, 또 과학자들은 그 바이러스를 퇴치하기 위한 과제를 떠 안고 있다.

이제 한낱 미물로만 여겼던 바이러스, 박테리아 등의 미생물은 인류 운명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생물학 테러, 새로운 질병 출현은 점차 발달하는 교통ㆍ통신의 물결을 타고 더 빠른 속도로 우리에게 공포감을 줄지도 모른다.

인간이 질병 퇴치, 생명 연장에 대해 꾸어 온 꿈의 시간은 인간 생존의 역사와 비례한다. 하지만 생과 사, 노화와 질병에 인간이 끼어들 여지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인간이 바벨탑에 접근해 갈수록 신은 우리에게 더욱 어려운 과제를 던지는 것 같다. 아니면 인간의 판단과 지혜가 더욱 조심스러워야 한다는 충고를 던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심형보 바람성형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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