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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능력을 나눈다] <8> 삼성전자 주니어 공학 기술 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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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능력을 나눈다] <8> 삼성전자 주니어 공학 기술 교실

입력
2009.10.07 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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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업체들은 능력 나눔인 프로보노 활동을 어떻게 펼칠까. 비결은 각종 전자제품을 개발하는 우수한 기술력에 있다. 전자업체들이 보유한 수 많은 개발 인력들이 곧 우리 사회의 소외 계층을 도울 수 있는 프로보노 활동의 밑천이다. 이를 여실히 입증하는 좋은 사례가 바로 삼성전자의 '주니어 공학 기술 교실'이다.

● 과학 원리를 연구원들이 알려준다

지난 달 26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이 위치한 경기 수원시의 한 아동센터에서는 과학 기초 원리에 관한 강의가 한창이었다. 이 날 강의 내용은 자기부상열차, 도르래, 열전소자, 호버 크래프트 등의 원리에 관한 것. 하지만 여타 강의와 다른 점이 있다.

학생들이 직접 참가하는 철저한 체험 위주의 수업이라는 점이다. 이날 강의에 나선 강사들의 면면도 독특하다. 바로 삼성전자의 주요 제품을 개발하는 연구원들이다.

2007년 4월부터 시작된 주니어 공학 기술 교실에는 현재 140여명의 연구 인력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제품 개발에 몰두하는 연구 인력이다 보니 제품에 응용된 과학 원리 등은 누구보다도 잘 아는 전문가들이다.

이들은 16개의 팀을 꾸려서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이 위치한 경기 지역 15군데 아동센터와 아동보호시설 한군데를 정해 놓고 집중적으로 과학 학습을 펼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소외 계층 아이들에게 과학의 원리를 일깨워줘서 과학 학습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고 나아가 다른 학습에도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주니어 공학 기술 교실에 참가한 연구진들은 매월 2, 4째주 토요일에 정해진 지역으로 강의를 나간다. 이들의 강의가 아이들에게 높은 호응을 얻는 이유는 독특한 학습 방법 때문이다.

학교에서는 정해진 교과서 수업을 이론 위주로 진행하지만 이들은 실습 위주로 수업을 진행한다. 그렇다 보니 아이들이 학교에서 할 수 없는 실험 등을 직접 해보며 몸으로 체득할 수 있어 학습 효과가 크다.

강의 내용은 주로 과학 기초 원리에 집중돼 있다. 과학 실험을 통해 실생활에 응용된 과학 원리를 체험하는 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대부분의 수업 내용이 아이들이 재미있는 놀이를 통해 과학 원리를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어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연구진들은 별도의 교재를 사용하고 있다. 한양대 과학교육연구원에서 만든 교재를 이용해 수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실험 실습에 필요한 각종 기자재도 삼성전자에서 마련해 아이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한다. 실험 실습을 하는 틈틈이 돌발 퀴즈와 게임도 진행한다. 아이들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서다.

● 전문지식, 사랑과 정을 함께 나눈다

수업 뿐만이 아니다. 이들은 아이들의 생일도 잊지 않고 챙겨줘 또 다른 생활의 기쁨을 선사하고 있다. 최근에도 생일을 맞은 아이를 위해 삼성전자 직원들이 생일 축하 현수막을 마련하고 케이크, 과자, 음료수 등을 마련해 깜짝 파티를 열어줬다.

주니어 공학 기술 교실에 참여한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이들의 대부분이 결손 가정이거나 부모나 생계를 위해 밤늦은 시각까지 맞벌이를 하는 경우가 많아서 아이들이 사람의 정을 그리워하고 작은 일에도 감동을 받는다"며 "공부를 가르치는 것은 물론이고 정을 나눌 수 있는 생일 파티 등도 아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회사 차원에서 직원들의 프로보노 활동을 지원한 것은 2004년부터다. 한국공학한림원이 2004년에 처음 실시한 주니어 공학 기술 교실에 참여하면서 소외 계층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을 처음 진행했다.

이후 2006년까지 지역 사회 초등학교를 방문해 학생들과 과학 실험을 함께 해보는 방식으로 이어왔다. 그만큼 삼성전자의 이미지 개선에도 효과적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주니어 공학 기술 교실은 전자 업체 성격에도 잘 맞고 특성을 잘 살린 프로보노 활동이어서 보람이 있다"고 역설했다.

이에 대해 대내ㆍ외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삼성전자는 2007년부터 매월 2, 4째주 토요일을 할애해 정례 프로그램화 했다. 지난해에는 경기도 교육청과 연계해 영재 교육 프로그램으로 과학 교실을 실시하고 있으며, 올해 들어서는 도서 벽지 초등학교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과학교실'이라는 프로그램도 병행하고 있다.

찾아가는 과학 교실은 경기 지역으로 국한된 주니어 공학 기술 교실의 대상을 좀 더 넓히기 위해 교육 혜택이 적은 도서 지역까지 확대한 것.

삼성전자는 과학 교육에서 소외된 아동, 청소년들을 위해 주니어 공학 기술 교실의 대상 지역을 더욱 확대할 방침이다. 우선 수원 지역의 모든 아동센터에 주니어 공학 기술 교실을 여는 것이 목표다.

삼성活?관계자는 "현재 수원 지역에 총 30개 아동센터가 있는데 올해 말까지 20개팀을 구성해 20개의 아동센터에서 주니어 공학 기술 교실을 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삼성전자는 약 800여명의 직원들이 28개 팀을 꾸려서 참여하는 DS 부문 전문봉사팀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문화예술, 교육치료, 환경개선, 사회복지 등 4개 부문에 걸쳐 독거 노인, 저소득 계층을 위한 봉사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전문 동호회와 연계한 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지역 사회의 다양한 요구를 수렴하기 위해 인터넷 포털 네이버에 관련 블로그도 운영하고 있다.

■ 김대현 주니어 공학 교실 팀장

삼성전자에서 프린터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김대현(39) 책임 연구원은 주니어 공학 기술 교실 15팀 팀장을 맡고 있다. 1998년에 삼성전자에 연구원으로 입사, 직장 생활을 시작한 그가 주니어 공학 기술 교실에 몸을 담은 것은 2년전부터였다.

"그동안 사회에서 혜택을 많이 받고 살았는데 이제는 베풀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왕이면 노력 봉사보다 갖고 있는 지식을 나누고 싶었는데 주니어 공학 기술 교실이 좋은 기회가 됐죠."

매월 2, 4째주 토요일이면 김 팀장은 주니어 공학 기술 교실 일 때문에 바쁘다. "팀장은 일이 더 많습니다. 교재 선정부터 교사로 참여하는 팀원들의 의견 수렴은 물론이고 강의도 해야하죠. 여기에 회사에서 지원하는 각종 기자재 및 재원 관리까지 팀장의 몫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팀장은 활동을 하면 할수록 보람을 느낀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새로운 것을 배우고 깨달아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커다란 보람을 느낍니다."

김 팀장은 수업이 있는 날이면 오전 8시 반에 집을 나서서 오후 2시까지 반나절을 정신없이 보낸다. 실제 수업 시간은 3시간 남짓 정도. 증기로 가는 증기선 등 실생활에 쓰인 각종 과학 원리를 아이들과 함께 실험을 하며 풀어나간다.

"교재 위주의 주입식 교육인 학교 교육과 달리 1인 1교재로 진행하는 주니어 공학 기술 교실은 실험 실습 위주여서 학생 모두가 체험할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이죠."그래서 미취학 아동부터 중학교 1학년생까지 다양하게 참여한다.

이를 위해 강의에 나서는 연구원들이 따로 교육을 받는다. "선생님이 잘 모르면 안되잖아요. 반기마다 교재를 개발한 한양대에 모여 4시간 정도 교육을 받습니다."철저한 준비를 한 만큼 아이들 호응도 폭발적이다.

김 팀장이 이끄는 팀에는 외국인 개발자들도 참여하고 있다. "인도에서 온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있는데, 영어로 가르치는데도 아이들이 좋아합니다."소외 계층 아이들은 외국인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고 당연히 실생활에서 영어를 사용할 일도 거의 없다. 그만큼 외국인 개발자들의 참여는 아이들은 물론이고 자원 봉사에 나선 삼성전자 직원들에게 힘이 되고 있다.

아쉬운 것은 자원 봉사에 나서는 만큼 주말에 자녀들과 놀아주지 못하는 점이다. "초등학교 4학년생 아들과 7세된 딸이 있는데 주말에 아빠가 함께 하지 못하니 불만들이 많죠. 가끔 주니어 공학 기술 교실에 아이들을 데려가면 굉장히 좋아합니다."선생님으로 나선 아버지의 새로운 모습을 보는 것도 자녀들에게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김 팀장은 주니어 공학 기술 교실의 확대를 희망하고 있다. "수원은 삼성전자 등 대기업들이 많아서 지원이 충분한 만큼 복 받은 도시입니다. 외딴 지역의 결손 가정, 장애우 등 좀 더 어려운 환경의 아이들을 찾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최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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