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 용사'들이 모처럼 한국 축구에 낭보를 전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청소년 축구 국가대표팀(20세 이하)은 2009 이집트 청소년 월드컵에서 8강 진출의 쾌거를 이뤄냈다. '홍명보호'의 8강 진출 드라마의 주연은 변변한 스포트라이트 한번 받지 못했던 '무명 용사'들이다.
대회 전' 홍명보호'에 대한 팬들의 관심은 이전 청소년 대표팀에 비해 낮았다. 이동국(전북), 정조국(서울), 박주영(AS 모나코) 등처럼 '신동'으로 각광 받는 스타 플레이어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프로축구 신인왕 이승렬(서울)과 2008 베이징 올림픽 본선에 출전했던 조영철(니가타) 정도가 '홍명보호'에서 그나마 지명도가 높은 이들이지만 이집트에서 이들을 제치고 펄펄 날고 있는 이들은 주목 받지 못했던 대학생과 프로 2군 선수들이다.
윤석영(전남)에 밀려 카메룬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벤치를 지켰던 김민우(연세대)는 독일과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동점골, 파라과이와의 16강전에서 두 골을 작렬하며 '이집트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중앙 미드필더 문기한(서울)은 지난해 입단 후 1군 경기에 세 차례 밖에 나서지 못했지만 독일전부터 구자철(제주)과 '더블 볼란테'를 구축, 공수의 중심을 잡으며 8강 진출의 숨은 공로자 역할을 해냈다.'홍명보호'의 야전 사령관 김보경(홍익대)은 미국전(3-0)에서 추가골을 넣은 후 바이올린 켜는 흉내를 낸데 이어 파라과이전에서 선제 결승골을 터트린 후 지휘자 모션을 취하는 재치 있는 골 세리머니로 팬들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후보 골키퍼로 벤치를 덥히던 김승규(울산)는 독일전부터 골문을 지키며 3경기에서 단 한 골 만을 허용하는 '거미손'을 자랑하고 있다. 이번 대회 이전까지만도 청소년 대표팀에서 이범영(부산)에 밀렸던 김승규는 소속팀에서는 김영광의 그늘에 가려 1군 경기에 단 두 차례 밖에 나서지 못했다.
'홍명보호' 공격수 중 유일한 대학생 박희성(고려대)은 김동섭(도쿠시마)의 부상 공백을 완벽히 메우며 붙박이 원톱으로 자리매김했다. 박희성은 득점은 기록하지 못하고 있지만 미국전과 파라과이전에서 정확한 크로스로 쐐기골을 어시스트하는 등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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