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는 원래 대입 수능 원(原)점수와 초ㆍ중ㆍ고교 학업성취도 평가결과 원자료 공개에 부정적이었다. 학교 간 경쟁을 통한 성적 수준 향상이라는 긍정적 효과보다 학교 서열화로 인한 과열 경쟁, 교육 과정 파행 등 부작용이 더 크다는 판단에서였다. 5월 수능 원자료 분석 결과를 공개할 때도, 7월 수능 및 학업성취도 성적 원자료를 국회의원들이 열람케 할 때도 성적 원자료 공개는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안병만 장관은 지난달 22일 기존 입장을 바꿔 성적 원자료를 의원들에게 주겠다고 밝혔다. 연구 목적으로만 활용하는 조건이었지만 강제성이 없어 외부 공개가 우려됐다. .
예상대로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이 그제 교과부가 제공한 성적 원자료를 교수ㆍ연구원ㆍ대학원생 등 민간 연구자들에게 모두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조 의원은 줄기차게 성적 원자료 제공을 요구하면서 전면 공개 의사를 드러낸 인사다. 조 의원에게 성적 원자료가 넘어가는 순간 전면 공개는 예견된 수순이었다.
그럼에도 교과부가 의원 요구를 거절할 수 없다는 명분에 기대어 교육계와 논의 한 번 없이 기존 정책 기조를 뒤엎은 처사는 비판 받아 마땅하다. 교과부는 원자료 공개를 거부하는 척 했지만 일련의 과정은 조 의원과 성적 원자료 공개를 함께 추진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들게 한다. 이런 식의 정책 변경이라면 처음부터 본심을 드러내고 비판을 감수하는 것이 당당한 태도다.
조 의원 주장대로 성적 원자료 공개가 학교별 맞춤 지원을 통한 교육 경쟁력 확보를 이룰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학교별 성적 공개는 기피 학교를 만들어 학교별 서열화를 조장하고, 기피 학교 교사와 학생들은 좌절과 실의에 빠질 것이다. 공교육 정상화ㆍ활성화라는 정책 목표와 어긋나는 일이다. 성적 차이는 개인ㆍ학교ㆍ지역 별로 다양하고도 특수한 요소가 복합 작용한 결과인데, 이를 학교 지원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교과부와 조 의원은 성적 원자료 공개의 부작용을 좀 더 면밀하고 신중하게 살펴보기 바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