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실의 화려한 축하 의례부터 사대부들의 연회, 백성들의 흥겨운 잔치까지, 조선시대의 다양한 잔치 풍경을 조명하는 전시가 열린다. 10일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에서 시작(12월 16일까지)되는 '잔치 풍경_조선시대 향연과 의례'전은 조선시대 기록화와 의례 관련 기록, 잔치에 사용된 각종 공예품 등을 모았다. 한국 박물관 개관 100주년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기획된 전시다.
1부인 '왕실의 축하 의례' 섹션에는 200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소장 의궤(儀軌) 중 전시 주제와 관련된 5종 9책이 출품됐다. '헌종효정후 가례도감의궤(憲宗孝定后 嘉禮都監儀軌)'는 1843~4년 헌종이 계비를 간택해 가례를 치르는 절차를 기록한 의궤로, 별궁에 있는 왕비를 모셔오는 친영(親迎) 행렬을 그린 '반차도(班次圖)', 신랑과 신부가 술과 음식을 나눠먹는 의식을 담은 '동뢰연도(同牢宴圖)'가 실려있다.
1848년 창덕궁에서 열린 궁중 잔치를 4장의 그림으로 기록한 '무신년진찬도(戊申年進饌圖)'는 성대한 규모가 돋보인다. 헌종이 대왕대비인 순원왕후 김씨의 육순과 왕대비인 신정왕후의 망오(望五ㆍ41세)를 기념해 벌인 이 잔치는 3일에 걸쳐 4차례 열렸다. 전시장에는 왕에게 올린 잔칫상, 비단으로 만들어 잔치를 장식한 꽃인 궁중 채화(綵花) 등도 재현해놓았다.
'백성들의 잔치 한마당' 섹션에서는 사람의 일생에서 경사스러운 일을 골라 그린 평생도(平生圖)를 중심으로 민간 잔치를 소개한다. 돌잔치, 혼례, 회혼례(回婚禮), 수연(壽宴) 등의 장면을 그림이다. '벼슬길의 기념 잔치'에서는 사대부들의 관직 생활 중 열렸던 각종 축하의식과 기념 잔치를 소개한다.
과거 급제 후 벌이는 시가행진인 삼일유가(三日遊街) 그림을 비롯해 관직 부임 시 열린 각종 향연도(饗宴圖), 친목을 도모하기 위한 문인들의 모임을 그린 계회도(契會圖)를 통해 연회 모습은 물론 당시 유행한 복식, 기물 등을 확인할 수 있다. 평양감사 부임 환영 행사를 담은 '평양감사향연도(平壤監司饗宴圖)'는 서민부터 양반까지 다양한 계층이 참여한 잔치 모습을 보여준다.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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