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붓아들을 야구방망이로 때려 사망케 한 계모에게 항소심 재판부가 원심 형량보다 절반이 감형된 징역 1년6월을 선고(본보 6일자 12면)한 것을 두고 변호인과 재판장의 친분이 형량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항소심에서 새로 이 사건을 맡은 정모 변호사는 재판장인 서울고법 형사10부 이강원 부장과 서울 A고교 동기동창이다. 또 사법시험 25회에 함께 합격해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뒤 89년에는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함께 근무를 했다. 2년 뒤에는 각각 서울지법 동부지원(현 서울동부지법)과 서울지법 서부지원(현 서울서부지법)에서 판사 생활을 했다.
1심에서 징역 3년이 선고된 이번 사건의 경우 검찰이 항소하지 않아 형사소송법상 항소심에서 더 높은 형량을 줄 수도 없다. 하지만 형법상 학대치사죄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는데, 1심에서 이미 최저 형량에 가깝게 선고됐는데도 항소심에서 다시 형량을 절반이나 낮췄다.
올해 수원지법 평택지원장을 끝으로 퇴직해 이 지역에서 개업한 정 변호사가 타지인 서울고법 사건을 맡았다는 점도 이 같은 의혹을 뒷받침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부장판사는 "변호인과 안면이 있다는 이유로 피고인에게 더 높은 형량을 줘야 하느냐"며 "의도적 살인이 아닌 과실범에 해당해 법리에 따라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범죄인에 대한 처벌의 주목적은 교화 및 교육이기 때문에 1년6월 정도면 충분히 교도소에서 반성하고 죄를 뉘우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에 감형했다"고 밝혔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