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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로 여는 아침]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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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로 여는 아침] 나무

입력
2009.10.07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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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모두 그 나무를 썩은 나무라고 그랬다. 그러나 나는 그 나무가 썩은 나무가 아니라고 그랬다. 그 밤. 나는 꿈을 꾸었다.

그리하여 나는 그 꿈 속에서 무럭무럭 푸른 하늘에 닿을 듯이 가지를 펴며 자라 가는 그 나무를 보았다.

나는 또다시 사람을 모아 그 나무가 썩은 나무가 아니라고 그랬다.

그 나무는 썩은 나무가 아니다.

● 모두가 썩었다고 하는데 천상병 선생님만 썩은 나무가 아니야, 라고 고집하신다. 그 아이같은 고집, 시인의 고집! 그 고집이 기어코 꿈을 꾸게 만들고 그 꿈 안에서 모두가 썩은 줄 알았던 나무는 푸른 하늘까지 닿을 듯이 자란다. 무럭무럭 쑥쑥.

꿈을 꾸고 난 뒤 그 꿈을 근거로 해서 선생님은 사람들을 불러 모아 다시 호통을 치신다. 보라니까, 꿈 속에서 나, 보았다니까, 나무가 자라는 걸! 참, 선생님도! 어지간하시다. 꿈 속에서 보셨는데 생시에서 일어난 일처럼 사람들에게 일러주시니.

사람들은 무어라고 했을까? 그래요. 시인 선생님. 그 나무, 썩은 나무 아니네요라고 했을까? 다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시인이니 저렇지. 꿈하고 현실을 분간할 줄 모르니. 다들 돌아간 자리. 그 자리에서 썩은 나무를 바라보는 사람은 결국은 시인 혼자다. 그리고 그 나무가 썩지 않았다는 걸 꿈 속에서만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믿는 자. 그가 시인이다.

허수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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