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인 정보가 사기업의 이익에 이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는 공무원의 '퇴직 후 취업 제한 규정'을 시행하고 있으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한국일보 5일자 1면 보도). 공직자윤리법을 유명무실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 대부분이 4급 이상인 고위공직자들을 로비스트로 양성하고 있는 꼴이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이 되지 않게 규정을 제대로 지켜야 하며, 윤리법 적용을 보다 엄격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는 것은 당연하다.
국회 국정감사 자료는 공직자윤리법을 무시하는 사례가 수없이 많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금융 관련 업무를 감독하던 고위공직자가 퇴직 후 곧바로 일반 증권회사 감사 등으로 취업하고, 보건복지가족부를 퇴직해 의료재단이나 복지협의회로 즉시 이직하고, 국방부를 떠나 방위산업체에 취업한 경우 등이 대표적 사례다. 퇴직 후의 자리를 의식하는 사람들이 현직에 있을 때 감독업무를 제대로 했을 리 없을 것이고, 그런 사람들이 자리를 차고 앉은 상황에서 정부가 올바른 관리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를 막기 위한 규정이 제정된 2005년 이후 총 908명이 심사를 받았으나 96%가 '무관하다'는 취업 적격 진단을 받았다. 표면적으로 규정을 만들고 뒤로는 제 식구 밥그릇을 챙겼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공직자윤리법에는'퇴직 전 3년간 맡았던 업무와 연관이 있는 기업 등에는 향후 2년간 취업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으나 유관기관에 재취업한 고위공직자는 10명 중 8명이나 됐다. 이 중 절반 정도는 퇴직 직전 근무하던 부처와의 밀접한 연관성을 의심 받고 있다.
정부의 관리감독을 받는 기관과 업체만이 아니라 행정업무의 인허가 대상이었던 기업에서 이들 퇴직 공무원을 통해 불법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는 일이 적지 않았다. 불법 로비시비는 행정의 불공정 시비를 낳고 효율을 크게 떨어뜨려 국민의 피해와 국가적 손실로 이어진다. 취업제한 규정의 취지를 살리고 공직자윤리법을 당연히 지키는 상식적 준법의식마저 팽개친다면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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