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팀'을 주제로 한 가전제품으로 잘 알려진 한경희생활과학은 지난해 말 '순간분사' 방식의 새 스팀청소기(SI3500)를 내놓았다. 연구진은 기존 보일러방식은 스팀이 만들어지는 섭씨 100도 씨까지 물이 끓는 시간이 3분이나 걸려 불편하다는 소비자의 뜻을 감안해 밤낮 없이 연구를 거듭한 끝에 새로운 방식을 찾아 냈다. 40초 만에 스팀을 만들어 내는 이 제품은 출시 후 월 3만대 이상이 팔리는 히트 상품이 됐다. 회사측은 올해는 온도가 더 높고 분사력이 강한 압력분사 방식을 이용한 새 제품을 내놓았다.
기업들의 '온도 전쟁'이 한창이다. 섭씨 1도의 작은 차이로 시장의 사랑을 받거나, 외면을 받을 정도로 소비자의 선택은 냉정하고 꼼꼼하기 때문. 기업들은 최첨단 과학을 동원해 온도를 조절하고 필요한 시간만큼 유지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있다.
소비자가 직접 온도를 맞출 수 있는 제품도 등장했고, 특히 스스로 열을 내는 옷까지 나왔다.
코오롱스포츠의 '라이프 텍 재킷'은 등반 중 조난을 당하거나 추위를 느꼈을 때 버튼만 누르면 2분 안에 옷의 온도가 35~40도의 온도까지 올라가고, 이후 이 온도를 꾸준히 유지할 수 있어 뜻밖의 사고에서 생명을 구할 수도 있다.
열을 내고 유지할 수 있는 비밀은 재킷 등판에 들어있는 '히텍스(HeaTex)'라는 스마트 섬유. 섬유 안에 0.24㎜ 두께의 전도성 고분자가 들어 있는데 물과 세제로 인한 화학적 반응뿐만 아니라 세탁기를 여러 번 돌려도 발열 기능을 잃지 않는다. 필름 모양의 발열체보다 무게와 부피를 크게 줄였고 섬유 특유의 유연성을 그대로 살려 다양한 분야에 쓰일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라이프 텍 재킷은 코오롱그룹 계열사 코오롱글로텍 연구진과 코오롱의 원정 등반대, 등반학교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해 2년 넘는 시간에 걸쳐 만들어졌다.
코오롱스포츠 관계자는 "등반대가 연구진이 만든 재킷을 입고 직접 히말라야 등 고산 지대를 오른 다음 주머니의 위치, 지퍼의 방향 등 작은 부분 까지 적극적으로 의견을 줬다"며 "그 의견들을 최대한 반영해 성능 개선 작업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가전제품 회사 로벤타의 '디지털 엘리트'는 자신의 머리 상태에 맞게 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 스타일링기이다. 온도를 잘 맞추지 못하면 머리가 상하기 마련인데 이 제품은 120~200도 사이에서 머릿결이 상하지 않도록 적절히 온도를 맞출 수 있고 디지털 창을 통해 온도를 확인할 수 있다.
온도를 통해 소비자에게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경우도 있다. 닥터브라운 센서 젖병은 온도 센서가 수유에 적당한 온도인 36~38도에는 젖병에 달린 빨대가 보라색을 띠도록 했다가 38도를 넘으면 분홍색으로 바뀐다.
요리 역시 온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온도를 알아야 언제 어떻게 재료를 넣고 요리를 할 지를 알 수 있기 때문. 테팔은 온도 감지 기능이 있는 붉은 색 최첨단 코팅 소재를 2중 처리해 200도에 가까워 질수록 표면에 있는 둥근 모양의 센서가 점점 붉게 변하도록 했다. 바로 이 때 재료를 넣고 요리를 시작하면 된다는 것. 처음 코팅 프라이 팬에 적용한 이 센서는 현재 전기그릴의 양념구이판, 전골구이판 등 더 많은 제품에 쓰이고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온도로 멋을 살리는 경우도 있다. 패션브랜드 '드레스 투 킬'은 온도에 따라 색이 변하는 '트랜스 포머 티셔츠'를 내놓아 눈길을 끌고 있다. 몸에 해롭지 않은 특수 염료로 염색한 원단을 써서 사람 손이 닿거나 인체 온도가 올라가면 하얀색으로 변했다가 온도가 내려가면 원래 색으로 되돌아 간다.
한경희생활과학 관계자는 "무조건 온도가 높다고 능사가 아니고 필요한 온도에 얼마나 적절한 시간에 다다를 수 있도록 하느냐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2중, 3중의 어려움이 있다"라며 "1초의 차이, 1도의 차이가 승패를 좌우한다"고 설명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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