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 큰 'M&A 시장'이 서게 됐다. 외환은행의 대주주인 론스타가 은행 매각을 공식화한 데 이어, 우리금융지주의 민영화 계획도 가시화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도 푸르덴셜증권이 매각절차에 들어가는 등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이 가시고 주가가 회복됨에 따라 M&A시장에 대형 매물이 쏟아져나고 있다.
이에 따라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 농협 등 M&A를 준비중인 금융그룹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M&A향방에 따라 현 금융권은 '새판짜기'가 불가피해, 각 금융그룹들은 사활을 건 한판승부를 준비중이다.
어떤 매물이 나왔나.
금융권 M&A의 최대 물건은 역시 우리금융지주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금융지주 지분 중 일부 매각안건을 이달 중 공적자금관리위원회에 상정할 계획이다. 매각대상은 예보지분 72.97% 가운데 경영권과 관련된 50%+1주를 제외한 나머지 22.97%. 정부는 이중 7%를 블록세일 방식으로 우선 매각한 후 시장상황에 따라 순차적으로 지분을 처분해 민영화를 완성한다는 구상이다.
외환은행도 대주주인 론스타가 1년 내 매각완료 의사를 밝힌 상태다. 2007년 외환은행 지분을 영국계 HSBC에 60억1,800만 달러에 팔려다 무산됐던 론스타는 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 사건과 관련된 재판이 사실상 끝나 법적 장애가 없는 만큼 최대한 매각을 빨리 끝내겠다는 방침이다. 이미
투자금의 80%이상을 회수한 만큼 론스타는 어떤 형태로든 이번에 외환은행 지분을 털어낼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 중에선 미국 푸르덴셜 파이낸스그룹이 100% 지분을 가진 푸르덴셜투자증권을 매각하기 위해 공개매각서를 보낸 상태다. 이밖에 다른 몇몇 증권사들이 잠재적 매물로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바빠진 큰손들의 움직임
우리금융지주나 외환은행 모두 금융권 질서를 뒤바꿀 초대형 M&A 매물들이다. 그런 만큼 인수 후보자들도 실탄비축을 서두르는 등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이미 올 초 1조원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마련에 들어간 KB금융지주를 필두로 하나금융지주도 대규모 유상증자 계획을 밝히면서 인수 의지를 다지고 있다. 민영화를 앞둔 산업은행도 외환은행 인수를 공개적으로 거론했고, 농협도 금융부분 강화를 위해 시중은행 인수를 타진하며 물밑 경쟁에 들어간 상태.
가장 주목할 곳은 KB금융지주다. 지주사령탑을 겸임하게 된 강정원 국민은행장도 이미 "적극적인 M&A를 추진해 미래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고 공언한 바 있다. 금융권에서는 KB금융지주가 시너지 효과가 가장 큰 외환은행에 인수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은행편중이 심한 지주 사업구조를 다각화하기 위해 푸르덴셜투자증권 인수가능성도
제기하고 있지만, KB금융지주는 내심 10위권내 대형증권사를 선호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의 움직임도 주목할 만 하다. 4대 은행지주사 중 상대적으로 자산규모가 적어 '규모의 경제'실현이 절실했던 하나지주는 1조원 이상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M&A시장 참전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 아닌 우리금융지주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 외환은행과 우리금융의 짝짓기가 어떻게 매듭지어지든 금융권 판도는 대지각 변동이 불가피하다. 현재의 KB 우리 신한 하나 등 4강 지주체제는 양강 혹은 독주체제로 전환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농협이나 산업은행 혹은 펀드자본이 인수할 경우, 방정식은 매우 복잡해진다.
성사가능성은 반반
하지만 큰 손들의 물밑 움직임이 당장 M&A성사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우리금융지주와 외환은행의 경우 인수자금만 4조~6조원이 들어갈 텐데, 원매 후보자들의 주머니 사정은 그다지 넉넉한 편이 아니다. 게다가 금융당국이 은행들이 외형경쟁보다는 수익 구조와 외화차입 구조 등 내실 경영을 강조하고 있어 선뜻 나서기도 힘든 상황. 무엇보다 대형M&A이후 어김없이 나타나는 이른바 '승자의 저주(M&A이후 유동성 악화와 주가폭락현상)'도 걱정스런 대목이다.
모 지주사 관계자는 "우리금융지주와 외환은행 매각의 경우 은행권 질서를 완전히 바꿀 수 있는 만큼 파급력이 크지만 단독으로 인수하기에는 부담스런 매물이다"며 "신중에 신중을 기할 수 밖에 없고 실제 성사여부는 내년 상반기 이후에나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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