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만 되면 희비가 엇갈렸던 두 왼손 거포. SK 김재현(34)과 두산 김현수(21)가 다시 한 번 맞붙는다. 3년 내리 가을잔치에서 만나게 된 이들의 지난 승부는 김재현의 일방적인 승리였다. 그러나 세 번째 격돌은 예상을 불허한다. SK와 두산 타선의 선봉장을 맡게 될 이들의 활약에 따라 플레이오프의 결과도 좌지우지될 전망이다.
가을 사나이 김재현
김재현은 올시즌 3할1리의 타율에 10홈런 51타점을 기록했다. 무게는 다소 떨어진다. 그러나 김경문 두산 감독은 5일 연습을 마치고 김재현을 가장 경계대상으로 꼽았다. 언제나 그랬듯 김재현은 가을잔치에서 유독 자신의 진가를 드러냈다. 2007 한국시리즈에서는 타율 3할4푼8리에 2홈런 4타점으로 최우수선수(MVP) 영예를 안았다. 당시 두산이 먼저 2연승을 하고도 내리 4연패했던 원인이 김재현을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김재현은 타율이 2할3푼1리에 불과했다. 그러나 2차전에서 김재현의 쐐기 투런홈런을 시작으로 SK는 내리 4연승을 거뒀다. 풍부한 경험과 강한 승부욕을 앞세운 김재현은 항상 결정적인 순간에 SK 팬들을 열광시켰다. 주장인 포수 박경완이 플레이오프에 나오지 못하는 만큼 올해는 김재현이 팀의 정신적 지주 역할까지 해줘야 한다. 남다른 책임감으로 플레이오프에 나설 수밖에 없다.
1년을 기다린 김현수
김현수에게 지난 가을은 잔인했다. SK와의 한국시리즈 5경기에서 21타수 1안타 1타점에 결정적인 병살타도 2개나 때렸다. SK의 우승이 결정된 마지막 병살타를 친 뒤에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SK의 끈질긴 '김현수 시프트'에 발목이 잡혔다.
그러나 올시즌 김현수는 SK의 '김현수 시프트'를 넘어섰다. 두산 타자들 중에서 SK를 상대로 가장 높은 타율(0.343ㆍ67타수 23안타)을 기록했다. 2년 연속 타율 3할5푼 이상을 기록한 김현수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국내 최고다. 김현수는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도 홈런 2방 포함, 13타수 7안타 3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더욱이 김현수는 자신의 '천적'인 SK 에이스 김광현이 엔트리에서 제외되는 '행운'까지 잡았다. 김현수가 설욕을 자신하는 이유다.
허재원 기자 hooa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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