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세 여아를 성폭행해 영구 장애를 입힌 이른바 '나영이 사건'이 국민적 공분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국민들은 나영이가 범인을 벌주고 싶은 마음을 표현한 그림을 보며 어린이를 성적 욕구 충족의 대상으로 삼은 범인의 야만성에 치를 떨고 있다. 몸과 마음에 평생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입은 나영이와 그 부모가 겪고 있을 고통에 목이 메고, 나영이를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에 속울음을 삼키는 국민도 많다.
국민들은 범인에게 선고된 징역 12년형이 나영이의 고통에 비해 너무 가볍다고 울분을 토하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형량을 추가하거나 법정최고형을 선고토록 하자는 청원운동까지 전개되고 있다. 국민적 충격과 분노는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하는 바다. 이명박 대통령도 국무회의에서 분노와 참담함이 교차하는 심경을 토로했다.
그러나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내려진 범인의 형량을 다시 정하라는 것은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감정적 대처다. 살인 등 강력 사건 범인에 대한 처벌 수위를 감안할 때 이 사건 범인에게 선고된 징역 12년형, 전자발찌 7년, 신상공개 5년 등의 처벌이 가볍다고 볼 수는 없다. 한나라당이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른 흉악범에 대해 유기징역의 상한을 없애는 쪽으로 형법을 개정하고, 대법원 양형위원회도 아동 대상 성범죄자에 대한 양형 기준을 상향 조정하는 것을 검토키로 한 만큼 범인 처벌 수위에 대한 논란은 이쯤에서 접는 게 바람직하다.
지금 우리 사회와 국민이 힘을 쏟아야 할 일은 성범죄로부터 어린이를 보호할 수 있는 안전망을 짜는 것이다. 성범죄자의 재범률이 60%를 웃도는 만큼 성범죄 전력자나 잠재적 성범죄자에 대한 감시와 통제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경찰에 아동 대상 성범죄 사건 전담 부서를 설치ㆍ운용하고, 성범죄 피해 아동들의 심신을 치유해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도와주는 프로그램 마련도 시급하다. 학교와 가정, 시민단체 등은 혼연일체가 돼 어린이 보호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두 번 다시 참담한 비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범죄 예방과 대처에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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