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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글로벌화의 여러 측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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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글로벌화의 여러 측면

입력
2009.10.0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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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도 다문화 사회로의 본격적 이행을 준비해야 할 때다. 시골 소도시에서도 흔치 않게 여러 인종의 사람들을 보게 되지만, 아직 변화를 맞아들일 준비가 안 된 우리를 목격하기도 한다. 어릴 적부터 5,000년 단일민족 개념과 언어 및 문화의 동질성을 주축으로 한국사를 배워온 우리에겐 넘어야 할 정서적 벽이 있을만하다.

이러한 빠른 변화의 이유에 대해 여러 분석이 있다. 원거리 교통의 발전과 글로벌화 추세, 남녀성비 불균형에 따른 국제결혼 증가가 거론된다. 세계 최저 출산율 때문에 여러 분야의 인력부족이 생길 수밖에 없는 우리 사회의 문제도 있다. 해외로부터 인적 유입이 없다면 우리 사회가 버티기 힘든 지경이거나 곧 그러한 상태에 도달할 듯 보인다.

다문화 사회의 대표적 국가는 미국이다. 토착 원주민이 있었고, 유럽에서의 초기 이주부터 아프리카 노예수입, 아시아 철도노동자 유입 등을 거치며 다인종ㆍ 다문화로 갈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아직도 인종적 갈등이 있지만, 이를 극복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 또한 분명하다. 이를 위해 막대한 비용을 치렀고, 이런 경험이 이민 2세 흑인 대통령 출현이 가능한 사회적 토양을 만들어 내지 않았나 싶다.

우리는 중국 연변 조선족들이 우리말과 문화를 지켜온 것에 감탄하고, 미국의 한인 2세가 우리말을 못하면 흉을 본다. 국내의 외국인이 한국말만 사용하기를 강요하는 이중성도 있다. 빠른 변화에 어쩔 줄 모르는 개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게 아니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1970년대엔 어려운 경제 여건을 무릅쓰고 상당수의 이공계 국비유학생을 외국에 보내고, 해외 한인과학자들을 파격적인 조건으로 귀국하게 했다. 이러한 노력이 근대화와 산업화에 큰 몫을 한 것은 분명하다. 이 과정에서 한국 유학생들을 장학금 혜택과 조교 임용 등을 통해 도와준 미국의 역할도 컸다. 조교 수요를 메우고 대학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한 선택이었다는 공급자적 시각의 분석도 있지만, 도움을 받은 이가 거론하는 것은 야박하다.

국내에도 외국인 유학생이 늘어나고 있다. 아시아권 출신이 많고 이공계 분야가 다수이다. 한국이 이루어낸 근대화를 벤치마킹 하려는 동기가 다분하다. 자비나 자국 정부의 지원으로 오는 경우도 있지만, 대학이 장삿속으로 초청하는 경우가 꽤 있다. 우수한 인재를 키우겠다고 장학금을 주고 이들을 받아들이는 대학도 많다. 국내 비인기 분야인 경우는 학문적 토양의 유지를 가능하게 하는 효과도 있지만, 이들이 자국으로 돌아가서 학문적 지도자가 되어 생기는 무형의 효과가 가장 크다.

유학생들이 한국어를 배워서 상당한 수준에 이르긴 하지만, 강의를 듣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이들의 강의를 모두 영어로 진행하기도 한다.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일본이나 미국에 유학한 한인 유학생들은 예외 없이 일본어나 영어로 공부하지 않느냐, 배우러 온 사람이 그 나라 언어를 배워야 하지 않느냐고 주장한다. 그러나 유럽의 인식은 조금 다르다. 네덜란드나 북유럽에서는 유학생이 듣는 과목을 영어로 진행하는 배려를 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도 생각을 조금 바꾸면 어떨까. 우리 학생들의 세계화 준비에 필요한 일을 하는 김에 외국인 유학생을 배려한다고. 그렇게 해도 우리 언어가 손상되지는 않는다.

박형주 포스텍 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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