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소득에 따라 대출 규모를 정하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에 나선 지 한 달을 맞았다. 수도권 집값의 가파른 오름세는 다소 주춤해졌지만, 보금자리 주택으로 대표되는 청약 열풍과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는 여전하다. 특히 정부가 은행권 대출을 억제하자 그 수요가 제2금융권으로 쏠리는 '풍선효과'가 뚜렷해지고 있다. 제2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5월 6,000억원에서 8월 1조2,000억원으로 치솟았고, 지난달 증가액도 1조원을 크게 웃돈 것으로 추정된다.
대출 금리도 연일 급등하고 있다. 은행들이 양도성예금증서(CD)를 통한 자금조달 비중을 높이고 있는 데다 금리 인상 기대감이 겹친 게 주요인이다. 현재 주택담보대출의 90%는 CD 금리에 연동돼 있다. 이에 따라 국민은행의 이번 주 주택담보대출 고시금리는 연 4.71~6.31%로 최근 두 달 새 0.34%포인트 급등했다. 작년 말 이후 최고치이다. 2억원을 빌렸다면 이자 부담이 연간 68만원 늘어나는 셈이다. 외환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최고 금리도 6.5%를 넘어섰다.
대출 금리가 오르면서 가계의 빚 상환 부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최근 한국 경제의 상대적 과열은 급증하는 가계부채를 통해 지탱되고 있다고 진단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문제는 시장금리가 당분간 오름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이 이르면 올해 말 기준 금리를 올려 향후 1년간 1.25%포인트 인상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경제 주체들은 곧 다가올 금리 인상에 대비해야 한다. 아직도 얼어붙은 고용 사정을 감안할 때 가계소득이 빠르게 회복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금리 상승은 가계소비를 위축시켜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는 악재가 될 수 있다. 금융당국은 가계 스스로 부채를 줄이도록 유도하고, 금융회사들이 가계대출을 무리하게 늘리지 못하게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우리나라 가계는 금융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빚을 늘려왔다. 가계와 금융기관이 동반 부실에 빠지는 가계발 금융 불안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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