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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작별상봉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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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작별상봉이라니

입력
2009.10.0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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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상봉이라니. 상봉과 작별, 전혀 상반되는 뜻의 두 단어가 하나의 용어로 합쳐져 사용되면서 사람들의 눈물샘을 쥐어짜는 것이 한반도의 현실이다. 추석을 눈앞에 두고 열린 남북 이산가족 상봉. 엿새 동안 남북한 851명의 이산가족이 금강산 면회소에서 단체상봉, 개별상봉에 이어 작별상봉을 끝으로 짧은 만남 후 다시 갈라졌다.

100세가 된 남한의 어머니에게 북한의 75세 딸이 큰절을 올렸고, 남한의 83세 아내는 북한의 82세 남편과 60여년 만에야 재회했다. 피를 나눈 혈육이 뜨문뜨문 이벤트처럼 열리는 상봉 행사에서 만나 눈물을 쏟고 실신하고 또 기약없이 헤어졌다. '눈물 쑈'라는 비난이 틀린 말이 아니다.

그나마 이들은 만났다. 상봉 행사 참가자로 뽑히지도 못하는 이들의 좌절은 더하다. 작별상봉이란 말만큼이나 끔찍하게 들리는 '상봉 탈락'이다. 지난달 28일 수원에서 75세의 한 실향민이 전동차에 뛰어들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6ㆍ25 때 북한에 부모형제를 두고 월남한 그는 여러 차례 이산가족 상봉 신청을 했지만 번번이 탈락했고, 이번 상봉 모습을 TV로 보며 스스로의 처지를 비관했다고 한다.

70~80대 고령 이산가족의 자살 사건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누가 그들을 죽였는가. 남한의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12만 7,000여명 중 4만 7,000명은 이미 세상을 떴고, 살아 있는 8만여명의 75%가 70대 이상이다. '눈물 쑈'에도 나가지 못하는 그들의 한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한국문학에서 이산가족 문제를 다룬 작품들이 본격적으로 발표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초반, 1983년 KBS의 이산가족찾기 생방송이 시작된 것과 엇비슷한 시기다. "이 문제를 쓰지 않고는 어떤 작품도 쓰지 못할 것 같은 부채감을 가졌었다"는 이산가족의 한 사람인 소설가 김원일은 그 대표적 작가다. 이번 추석 이산가족 상봉을 보고 그들의 눈물에 같이 눈시울이 젖어오면서, 김원일이 2005년에 발표한 '오마니별'이란 단편소설이 떠올랐다.

6ㆍ25 중에 아버지에 이어 어머니마저 폭격으로 잃은 어린 오누이, 둘은 결국 이산되고 남동생은 충격으로 자신의 이름마저 기억하지 못한 채 오십 몇 년을 살아왔다. 동생을 찾던 누나는 이 남자가 유일하게 기억하는 '오마니별'이란 말에서 그가 동생임을 확인한다. 소설 마지막 부분을 인용해 본다. "엄마가 숨을 거둔 겨울밤이었다… 헌 이불을 둘러쓰고 서로 껴안아 체온으로 밤을 새울 때, 밤하늘의 별을 보며 누이가 말했다.

중길아, 저 하늘에 반짝이는 별 두 개를 봐. 아바지별과 오마니별이야. 천지강산에 우리 둘만 남기구 아바지가 오마니 데빌구 하늘에 가서 별루 떴어. 저기, 저기 오마니별 보여?" 생의 기억이라곤 어머니가 죽던 날 누나가 말했던 오마니별이라는 한 마디밖에 없던 남동생은 비로소 이중길이라는 이름을 다시 찾는다. 소설을 읽으면서 울컥 눈시울이 젖던 것도 오랜만이었다.

이산가족 문제는 이벤트가 아닌, 정치니 이념 따위를 모두 배제하고, 남북관계의 최우선 과제로 풀어야 할 일이다. 지구상 유일의 분단지역 한반도가 부끄러운 일이다. 15년 전 중국 취재를 갔을 때 안내를 했던 인민일보 기자가 한 말이 있다. 중국은 55개 소수민족 가운데 조선족을 가장 두려워한다고, 그들의 교육열도 무섭지만 조선족은 중국 바깥에 나라를 가지고 있는 유일한 소수민족이기 때문에, 그것도 나라를 두 개나 가진. 두 개의 나라가 부끄럽다. 헤어져 있던 가족들이 다시 만나는 추석에 이산가족들의 눈물을 보니 더 그렇다.

하종오 문화부장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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