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11개월 만에 재개됐던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1일 작별 상봉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1, 2차로 나눠 각각 2박3일씩 진행됐던 상봉은 아쉬움을 남긴 채 기약 없는 작별로 이어졌다.
이날 오전 9시부터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진행된 작별 상봉에서 북측 딸 리혜경(75)씨는 이번 상봉자 중 최고령인 남쪽의 어머니 김유중(100) 할머니에게 "통일 될 때까지 꼭 살아 계시라"고 인사했다.
그는 작별 상봉 마무리 안내 방송이 나오자 휠체어에 탄 어머니에게 큰 절을 올려 주위를 숙연하게 했다.
60년 만에 재회했던 부부도 다시 생이별했다. 북측 남편 로준현(82)씨와 남쪽 아내 장정교(83)씨는 상봉 시간 내내 꼭 쥔 손을 놓지 않았다.
평생 수절한 아내는 말없이 눈물만 흘리며 남편의 손에 얼굴을 묻었고 헤어지는 순간이 되자 남편을 껴안으며 "이렇게 가나"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남쪽 동생 최충원(61)씨는 북쪽 형 종원(75)씨와 형수에게 "이제 헤어지면 언제 만나겠냐"며 오열하다 의자에서 떨어져 졸도하는 바람에 현장 의료진의 응급 처치를 받기도 했다.
이번 이산가족 상봉행사는 큰 탈 없이 종료됐다. 하지만 남쪽의 8만여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중 100가족 밖에 혜택을 보지 못했다.
특히 북측이 행사 기간 "이산가족 상봉에 상응하는 우의(호의)"를 언급하며 대북 쌀ㆍ비료 지원 재개를 우회적으로 희망했지만 정부는 "당분간 지원 계획이 없다"며 일축했다.
남북관계가 상대적으로 괜찮았던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기에도 이산가족 상봉은 남측의 비료 지원 등과 연계됐었다. 그러나 이산가족 등 인도주의 현안 해결을 대북정책 주요 과제로 내세운 이명박 정부는 선례를 따를 뜻이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단시일 내 추가 상봉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북핵 협상이 급물살을 탈 경우에는 남북관계 역시 보조를 맞추기 위해 속도를 낼 수는 있다.
금강산 관광도 정부가 진상규명 등 3대 선결조건을 걸고 있어 당분간 재개는 어려워 보인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금강산=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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