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국무총리가 3일 용산 철거민 참사에 대해 "공직자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통감한다"면서 "사태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이날 추석을 맞아 용산 철거민 참사 현장을 방문, 유가족들을 위로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정 총리는 이날 개천절 경축식 참석에 앞서 오전 9시쯤 주호영 특임장관 등 정부 관계자들과 함께 현장을 방문, 희생자 유가족들과 30여 분간 대화를 나눴다. 정 총리의 용산 방문은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약속을 지키는 차원에서 이뤄졌다.
정 총리는 이날 분향소에서 희생자 영정에 조문한 뒤 유족들과 함께 바닥에 앉아 "감정이 북받쳐서 제대로 말씀 드리지 못할 것 같아 엊저녁에 몇 자 적었다"며 A4 용지 크기의 메모지를 꺼내 읽었다.
그는"사랑하는 가족을 가슴에 묻은 여러분의 심정을 어찌 다 헤아릴 수 있겠느냐"는 대목을 읽으면서 목소리가 떨렸고,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정 총리는 감정을 가라 앉힌 뒤 오늘이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인데, 차례조차 모시지 못하는 여러분이 더더욱 안타깝다"며 위로의 말을 건넸다.
그는 이어 "다섯 분의 고귀한 생명을 앗아간 불행한 사태가 발생한 지 250여 일이 지나도록 장례조차 치르지 못한 것에 대해 자연인으로서 무한한 애통함과 공직자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이른 시일 안에 원만히 해결돼 여러분 모두 일상적인 삶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발언을 끝낸 후 희생자 유족들의 발언을 경청했다.
인사 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참석했던 희생자 유족인 권경숙씨는"아들이 13일 입대 하는데 장례라도 무사히 치르고 편안한 마음으로 군대에 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조속한 해결을 호소했다.
또 다른 유족인 김영덕씨는"대화를 하고자 망루에 올랐는데 남편이 희생됐다"며"용산4구역 철거민들의 생존권을 보장해달라"고 요청했다.
유족들은 고인들의 명예회복과 사인 규명, 수사기록 공개, 대정부 대화 창구 마련 등을 위해 총리가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정 총리는"사안의 성격상 중앙정부가 사태 해결의 주체로 직접 나서기는 어렵다"며 "유가족과 정부간 대화의 통로를 정해 잘 해결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총리는 유족들과 면담한 후 기자들에게"모든 문제의 당사자들이 조금씩만 양보한다면 해결하지 못할 것이 없다"며"재개발 제도와 관련 정부가 지난 2월 개선책을 발표했으나 앞으로 소유자와 세입자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보완될 수 있도록 지속적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유인호 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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